하와이 호놀룰루를 처음 밟았을 때, 마치 오래된 사진 속 풍경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습니다.
하와이는 사계절이 거의 필요 없는 곳이더군요. 도착한 날도 기온이 섭씨로 27도쯤 되었는데, 습기가 많지 않고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서 몸에 착 감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햇살은 강렬했지만 짜증나게 덥지는 않았고, 덕분에 여행객들 얼굴엔 다들 여유가 묻어나 있었습니다.
40년을 살면서도 TV와 영화로만 보던 그 섬, 드디어 직접 오게 된 순간이었죠.
공항을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부드러운 바람은, 마치 누군가가 제 어깨를 토닥이며 "알로하~"라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호놀룰루의 하늘은 설명하기 힘들 만큼 깊은 파란색이었습니다. 햇볕은 강렬했지만 불쾌하지 않았고,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와 몸을 감싸주었습니다.
덕분에 기분 좋은 땀이 이마에 맺히고, 이곳이 정말 '사람들이 왜 그토록 꿈꾸던 남국의 낙원'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꼭 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진주만(Pearl Harbor) 박물관이었습니다.
솔직히 하와이 하면 서핑, 해변, 와이키키만 떠올리던 제가, 그곳에 서 있으니 역사적인 무게감이 확 다가오더군요.
애리조나 기념관에 서서 수면 아래 잠긴 전함의 녹슨 흔적을 바라보니, 1941년의 그날이 바로 어제 일처럼 다가왔습니다.
가이드가 전해주는 이야기 속에, 수많은 젊은 장병들이 이 물속에서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여행지라기보다 역사 속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체험이었고 '미국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으로 각인되었습니다.
박물관을 나온 뒤 들른 마트에서 또 하나의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커다란 생수 한 통이 1~2달러밖에 안 하더군요. '와, 생각보다 싸네?' 하고 기뻐했지만, 다른 코너에 가니 금세 그 기쁨이 사라졌습니다.
수입 과일과 가공식품의 가격이 본토보다 훨씬 비쌌던 겁니다. 바나나나 파인애플 같은 현지산은 저렴했지만, 포도나 딸기 같은 건 손이 쉽게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여긴 섬이니까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파인애플로 만든 주스는 너무 달고 신선해서 결국 하루에 몇 잔씩 사 마셨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은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서핑보드를 빌려 도전해보려 했지만 파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몇 번을 물에 빠지고는 금세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래도 모래사장에 앉아 해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우쿨렐레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알로하" 인사는 여행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리게 만들었습니다.
호놀룰루에서의 며칠은 짧았지만 깊었습니다. 펄하버에서 느낀 묵직한 역사, 햇살 아래 빛나는 해변의 자유로움, 그리고 물가에서 느낀 작고 큰 놀라움까지. 그 모든 경험이 뒤섞여 제게는 하나의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와이는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이렇게 첫 하와이 여행은 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 바람을, 그 햇살을, 그리고 그 따뜻한 '알로하'를 느끼러 돌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