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근교에서 살다 보면 바람 쌩하고 겨울 길어가지고 "도대체 언제 따뜻해지냐..." 이런 투정 하루에 세 번씩 나오잖아요.

근데 봄만 조금 지나고 여름 되면 또 얘기가 달라져요. 쏟아지는 햇살, 살짝 끈적한 공기, 그리고 갑자기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야외활동 욕구. 그럴 때 카약이 딱이에요.

카약의 매력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물 위에 몸을 싹 맡기고 천천히 노 젓고 있으면, 운동인데 운동 같지 않고 힐링인데 여행 같고, 머릿속 잡소음이 그냥 저절로 꺼져요. 헬스장 가면 10분만 지나도 지루해서 시계 보는데, 카약은 1시간이 훅 가요.

팔, 어깨, 코어까지 자연스럽게 쓰니까 근력 강화에도 좋고, 햇빛 받으며 비타민D도 챙기고, 바람이 볼에 스치면 그냥 기분이 리셋되는 느낌. 자연과 가까워지는 데 이만한 게 없어요. 소리라고는 패들 물 가르는 소리, 새 우는 소리, 잔잔한 물결뿐.

멍 하게 떠 있어도 되고, 천천히 달려도 되고, 마음 가는 대로. 아이랑 같이 타면 추억 만들기 좋고, 혼자 타면 명상이 되고, 친구랑 가면 수다 장소가 되는 참 이상한 취미. 카약은 몸을 쓰면서 동시에 마음을 쉬게 해줘요. 등산처럼 땀 뻘뻘 흘릴 필요 없고, 해변 가자니 바다 없고, 그냥 시카고 근교 호수나 강만 있으면 노 젓고 물 위로 쏘옥 떠오르는 기분.

몸도 움직이고 마음도 가벼워지고, 애들 데리고 가면 신나서 물에 손 담그고 좋아하는 모습 보면 힐링은 자동으로 됩니다.

시카고 근교에서 카약 타기 좋은 곳 상위 3곳을 콕 집어 소개해볼게요.

Busse Woods Reservoir (일명 Busse Lake)
여긴 진짜 가까워서 부담 없이 갈 수 있어요. 시카고 북서쪽 Schaumburg 근처 있는데, Costco 간 김에(?) 잠깐 들러도 될 정도. 물결 잔잔하고 스트레스 없는 코스라 초보자들한테 최고예요. 패들링 조금만 하면 수초 흔들리고, 가끔 거위들이 "나도 지나가요~" 하고 행렬 지어서 지나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애들은 좋아서 소리 지르고, 난 그냥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세상 근심 잠시OFF. 주차도 나쁘지 않고, 렌탈도 잘 되어 있어서 장비 없어도 걱정 없어요. 햇살 좋은 날엔 모자 꼭! 안 그러면 그날 저녁 거울 보고 깜짝 놀랍니다.

Skokie Lagoons
이곳은 조금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에요. 물길이 여러 갈래라 코스 선택하는 재미가 있고, 구석구석 들어가면 마치 숲 속 비밀 통로 지나가는 기분. 나무 그늘 밑으로 쏙 들어가면 물결이 잔잔해지고, 새들 우는 소리가 가끔 들리고, "아 여기 도시 맞아?" 싶은 순간이 와요. 남편이랑 한 번 갔었는데, 둘이 말도 안 하고 그냥 패들링만 했어요. 묘하게 마음이 안정돼요. 요즘 정신없이 살다가 이렇게 조용히 물 위 떠 있으니 내 마음도 함께 둥둥 떠 있는 느낌. 일상 잡생각도 잠시 멀어지고. 다만 모기 대비는 필수! 여기 모기들 아주 쌩쌩합니다. 스프레이 안 뿌리면 집 와서 긁느라 밤샐 수 있어요. 그래도 그만큼 자연 그대로 살아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Chicago River Kayak (다운타운 카약)
이거는 색다른 경험 원하시면 무조건 추천. 자연? 잔잔함? 그런 거보다 "도심 속 액티비티" 감성 제대로에요. 강 따라 노를 젓는데 양옆으로 시카고 스카이라인이 쫙—. 친구에게 사진 찍어보내면 다들 묻죠. "야 너 어디 갔냐? LA냐?" 아니, 이건 우리동네. 강 위로 시원한 바람 불어오고, 보트 투어 지나가면서 물살 흔들면 "오~ 롤러코스터 비슷하다?" 하면서 괜히 신납니다. 건물 숲 사이로 해가 떨어질 때쯤이면 진짜 환상.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조명 들어온 빌딩들이 물에 비쳐서 반짝반짝. 남편이랑 연애하는 기분날 수도 있고, 애들 없이 친구랑 가면 수다 떨다 웃음 멈추기 힘들어요. 다만 이것도 꿀팁 하나—관광객 보트랑 부딪히지 않게 정신 바짝! 근데 그 긴장감이 또 재미라는 거.

시카고 근교 카약은 사실 날씨만 허락하면 어디든 즐겁지만, 오늘 소개한 Busse Woods는 가볍게, Skokie는 숲속 명상 느낌으로, Chicago River는 도시 감성 터지게 다녀오기 좋아요.

특히 여름 저녁에 카약 타면 바람이 땀 식혀주고, 집 들어오면 다리랑 팔에 "오늘 내가 운동했다" 하는 뿌듯함까지. 운동 싫어하는 사람도 카약은 신기하게 해낼 수 있어요.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그런가?

요즘 아이들 게임만 하려고 하면 주말에 한 번쯤 카약 데려가 보세요.

물에 손 담그며 웃는 얼굴 보면, 아... 이래서 우리가 밖으로 나오는구나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