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번 안 피운 아시아 여성, 왜 폐암이 많을까 - Raleigh - 1

어제 저녁엔 오랜만에 제육볶음을 했어요. 센 불에 고기를 올리자마자 연기가 확 올라오는데, 레인지 후드 버튼을 누르는 걸 또 깜빡했더라고요.

그 순간 얼마 전 읽은 기사가 떠올랐어요. 담배를 한 번도 안 피운 아시아계 여성에게서 폐암이 유난히 많이 나온다는 내용이었죠.

처음엔 솔직히 좀 의아했어요. 폐암이면 흡연부터 떠올리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래서 공식 자료와 논문을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UCSF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아시아계 여성은 다른 인종의 비흡연 여성보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두 배라고 해요.

같은 자료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가운데 57%가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숫자 보고 포크를 내려놓고 한참 다시 읽었어요.

Sutter Health와 Kaiser Permanente Hawaii 자료를 묶은 연구도 있어요. 비흡연 중국계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22.8명으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일본계를 제외한 모든 아시아태평양계 비흡연 여성 그룹이 비흡연 백인 여성보다 발생률이 높았어요. 차이는 66%에서 두 배 이상까지였고요.

"늘고 있다"는 부분은 조금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미국 전체 폐암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Kaiser Permanente Northern California 의료진은 비흡연 아시아계 여성 쪽에서는 오히려 증가세가 보인다고 경고하고 있거든요.

아직 전국 단위로 딱 잘라 결론 난 건 아니라서, 저는 "신호가 분명히 보인다"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럼 원인은 뭘까요. 아직 하나로 정리된 답은 없지만,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짚는 후보가 몇 가지 있어요. 하나씩 나눠서 볼게요.

첫째는 유전적 특성이에요. 한국의 한 대학병원이 비흡연 아시아계 여성의 폐선암 198건을 분석했더니 63%에서 EGFR 유전자 변이가 나왔다고 해요.

흡연으로 생기는 폐암과는 출발점부터 다른 병일 수 있다는 얘기죠. 이게 의외로 희망적인 부분도 있는데, EGFR 변이는 표적치료제가 있는 유형이거든요.

둘째는 대기오염이에요. 2025년 7월 Nature에 실린 NCI의 Sherlock-Lung 연구는 비흡연 폐암 환자 871명의 유전체를 분석했어요.

초미세먼지(PM2.5)가 많은 지역 환자일수록 암을 일으키는 변이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반면 간접흡연은 특정 변이 패턴과 뚜렷한 연관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어요.

셋째는 요리 연기예요. 매일 부엌에 서는 사람으로서 제가 제일 뜨끔했던 대목이죠.

대만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 1,302명과 건강한 대조군을 비교한 연구가 있어요. 요리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폐암 위험이 단계적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후드 같은 환기 장치를 오래 써온 사람은 위험이 절반 수준으로 낮았어요. 볶고 굽고 튀기는 한식 부엌에선 그냥 넘길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넷째는 라돈이에요. EPA는 라돈을 흡연 다음가는 폐암 원인으로 보고, 비흡연자 사이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아요.

EPA 추정으로 미국에서 라돈 때문에 매년 21,000명 넘게 폐암으로 사망한다고 하고요. 집에서 측정해서 4 pCi/L 이상이면 저감 조치를 권합니다.

여기서 제일 답답한 건 검진 기준이에요. USPSTF가 2021년에 정한 저선량 CT 검진 대상은 50~80세, 20갑년 이상 흡연자, 그리고 현재 흡연 중이거나 끊은 지 15년이 안 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담배를 아예 안 피운 사람은 이 기준에 들어가지 않아요. 위험은 높다는데 검진 문은 닫혀 있는 셈이라 좀 불공평하게 느껴지네요.

그래서 UCSF는 FANS라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비흡연 아시아계 여성의 폐암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고, 한국어 안내문도 따로 만들어 뒀더라고요.

그렇다고 겁먹을 일만은 아니에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요리할 땐 불 켜기 전에 후드부터 켜기. 창문 하나는 열어두기. 기름 연기 날 정도로 온도 올리지 않기.

집 라돈 측정은 한 번쯤 해보기. 간이 키트는 하드웨어 매장에서 구할 수 있고, 측정하는 동안은 창문과 문을 닫아둔 상태로 재는 게 기본이에요.

기침이 몇 주씩 안 떨어지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있으면 "담배 안 피우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않기. 가족력이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검진 필요성을 의사와 꼭 상의해 보세요.

저는 이걸 읽고 부엌 습관부터 바꿨어요. 후드 스위치 옆에 작은 메모를 붙였거든요. 좀 유난스러워 보여도 그게 제일 확실하더라고요.

맛있게 먹는 것과 건강하게 먹는 것, 그 사이 균형은 결국 이런 작은 습관에서 맞춰진다고 생각해요. 오늘 저녁 볶음 요리 하실 분, 후드 먼저 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