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비'죠. 1년 내내 비가 자주 오고 하늘이 흐린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막상 눈 이야기를 하면 조금 다릅니다. 시애틀에서 눈이 내리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드문 일이에요.

물론 워싱턴 주 자체는 눈이 많습니다. 올림픽 산맥이나 마운트 레이니어 같은 산악지대는 겨울마다 폭설이 내리고, 스키 시즌도 길죠. 하지만 시애틀 도심은 해발이 낮고, 해양성 기후라서 눈이 쌓일 정도로 내리는 날이 많지 않아요.

평균적으로 시애틀은 1년에 눈 오는 날이 4~5일 정도에 불과하고, 그것도 대부분은 아침에 살짝 내리다 오후에 비로 바뀌거나 녹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눈이 쌓이는 건 정말 '특별한 겨울 이벤트' 수준이에요.

시애틀의 기후를 이해하려면 태평양 바다와 가까운 지리적 위치를 봐야 해요. 이 지역은 해양성 온대 기후(Marine West Coast Climate) 로 분류되는데, 이 말은 즉 겨울엔 춥지 않고 여름엔 덥지 않다는 뜻이에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가 도시의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줘서, 영하로 떨어질 날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눈이 오더라도 대개는 '젖은 눈' 형태로 내리고, 바로 비로 바뀌어버립니다. 평균 기온을 보면 12월부터 2월까지도 낮 기온이 6~8도, 밤에도 영하 1~2도 수준이에요. 눈이 오려면 대기 온도가 영하로 꽤 내려가야 하는데, 시애틀에서는 그 조건이 자주 충족되지 않아요.

그래서 시애틀 사람들에게 눈은 약간의 축제 같은 존재예요. 첫 눈이 내리는 날이면 SNS에 사진이 넘쳐나고, 아이들은 아파트 앞마당에 나가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죠. 하지만 도시 전체가 눈에 약하기 때문에 교통은 바로 마비됩니다. 워낙 눈이 드물다 보니 제설장비가 충분하지 않고, 도로는 경사가 많아서 눈이 조금만 쌓여도 차가 미끄러져요.

실제로 시애틀 사람들은 눈 예보만 떠도 "학교 쉬는 거 아니야?" 하고 먼저 걱정할 정도예요. 2019년에 한 번 대설이 왔을 때는 도심이 거의 멈춰버렸고, 버스와 전철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시애틀에서 눈이 가장 잘 내리는 시기는 12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예요. 특히 북극 기단이 내려오거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쪽에서 찬 공기가 밀려올 때 드물게 폭설이 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하루 이틀이면 끝나요.

그래서 시애틀 사람들은 눈이 올 때마다 "하루짜리 겨울왕국"이라고 부릅니다.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눈이 오히려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