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필드 사계절 날씨,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요  - Springfield - 1

처음 스프링필드로 이사 왔을 때 제일 놀랐던 게 여름 날씨였어요. 아니, 버지니아니까 그래도 북쪽인데 얼마나 덥겠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여름을 한번 보내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그런 더위가 아니더라고요. 그냥 더운 게 아니라 습하면서 뜨거워요. 밖에 잠깐만 나갔다 와도 등에 땀이 쭉 나는 날이 많습니다.

7월 평균 최고기온이 화씨 87.6도 정도이고 최저기온도 69.1도 정도라고 해요. 숫자만 보면 텍사스나 애리조나처럼 엄청난 더위는 아닌 것 같은데, 문제는 습도예요. 습도가 높은 날에는 80도 후반만 되어도 체감온도가 확 올라갑니다. 특히 한낮에 야외 행사라도 갔다 오면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지쳐요. 그래서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는 정말 못 삽니다.

그렇다고 겨울이 엄청 추운 것도 아니에요. 1월 평균 최고기온은 화씨 40.5도, 최저는 27.1도 정도입니다. 한국의 한겨울을 생각하면 견딜 만한 수준인데, 여기 겨울은 또 묘한 게 있어요. 춥기는 추운데 비가 오는 건지 눈이 오는 건지 애매한 날이 많아요. 하늘은 잔뜩 흐리고 바람 불고, 진눈깨비 같은 게 내리면 차라리 눈이 펑펑 오는 것보다 더 싫더라고요.

눈도 아예 안 오는 지역은 아닙니다. 연간 적설량이 평균 20인치 정도라고 하는데 해마다 차이가 꽤 커요. 어떤 해에는 별것 없이 지나가다가 한번 제대로 오기 시작하면 동네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특히 눈 오는 날 Mixing Bowl 주변은 정말 조심해야 해요. 평소에도 복잡한 곳인데 눈까지 오면 차가 밀리고 사고도 나고 난리가 납니다. 오래 산 분들은 일기예보에서 눈 얘기 나오면 장부터 봐놓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제가 스프링필드 날씨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봄하고 가을이에요. 특히 10월이 정말 예쁩니다. Northern Virginia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그냥 동네길을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버크나 애넌데일 쪽 공원도 예쁘고 Lake Accotink Park 같은 곳은 가을에 산책하기 정말 좋습니다.

연간 강수량은 약 45인치이고 맑은 날도 1년에 197일 정도 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일 년 내내 흐리고 비 오는 동네는 절대 아닙니다. 봄에는 꽃 피고, 여름에는 덥고, 가을에는 단풍 들고, 겨울에는 가끔 눈도 오는 사계절이 아주 확실한 지역이에요.

전체적으로 보면 기온은 대체로 화씨 27도에서 87도 사이에서 움직이고 아주 심한 혹한이나 폭염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입니다. 처음에는 여름 습도가 정말 싫었는데 사람이라는 게 또 적응을 하더라고요. 한두 해 살다 보면 여름에는 이렇게 사는 거고 겨울에는 저렇게 사는 거구나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선선한 바람 불면서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또 생각해요. 그래, 스프링필드는 가을 하나만큼은 정말 좋구나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