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빌 이사 전 꼭 알아야 할 현실, 차 없이는 정말 힘들다 - Victorville - 1

빅터빌 살면서 좀 답답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저는 교통부터 얘기하고 싶어요.

아니, 미국에서 차 필요한 거 누가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기는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차 없으면 하루 일과 자체가 꼬입니다.

대중교통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Victor Valley Transit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빅터빌, 헤스페리아, 애플밸리, 아델란토 같은 주변 지역도 연결합니다.

문제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LA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노선도 촘촘하지 않고 배차 간격도 길어서 한번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어디 잠깐 갔다 오는 데도 버스 시간부터 계산해야 하니 이게 은근히 사람 피곤하게 합니다.

더 아쉬운 건 철도예요. LA 쪽처럼 Metrolink 타고 출퇴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현재 빅터빌에는 Metrolink 통근열차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국 멀리 움직이려면 자동차 의존도가 더 높아집니다. 도시가 이렇게 커지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교통 인프라는 왜 이렇게 늦게 따라오는지 모르겠어요.

자동차가 있으면 그나마 상황은 나아집니다. 빅터빌 교통의 중심은 역시 I-15입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샌버나디노와 랜초쿠카몽가를 거쳐 LA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라스베이거스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게 또 골칫거리입니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라스베이거스 가는 차들이 몰리고 일요일에는 반대로 캘리포니아로 돌아오는 차량이 쏟아집니다. 내가 라스베이거스 갈 것도 아닌데 그 사람들 때문에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주말에 I-15 막혀 있는 걸 보면 괜히 짜증이 납니다.

평일에도 남쪽으로 출퇴근하면 Cajon Pass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출퇴근 시간에 사고라도 하나 나면 답이 없습니다. 날씨까지 안 좋으면 더 신경 쓰이고요. LA 한복판 출퇴근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매일 이 길을 타고 랜초쿠카몽가나 샌버나디노까지 출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생활 자체도 자동차 중심입니다. 장을 보러 가도 차, 병원 가도 차, 아이 학교 데려다줘도 차, 밥 먹으러 가도 차입니다. 걸어서 이것저것 해결하는 동네를 기대했다면 금방 포기하게 됩니다. 자전거로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자전거 인프라도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고, 여름 날씨까지 생각하면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겠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부와 아이가 있는 집이면 자동차 두 대가 괜히 생기는 게 아닙니다. 한 사람이 차 가지고 출근해버리면 집에 남은 사람이 움직이기 어려우니까 결국 한 대를 더 사게 됩니다. 자동차 보험료에 기름값, 등록비, 정비비까지 생각하면 집값이 조금 싸다고 좋아했던 돈이 교통비로 또 나가는 셈이에요.

빅터빌이 나쁜 동네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남가주에서 비교적 넓은 집을 구할 수 있고 복잡한 LA를 벗어나 살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합니다. 다만 이사 오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여기서는 자동차가 편의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생활 기반에 가깝다는 겁니다. 집값만 계산하고 들어왔다가는 나중에 "아, 교통비도 계산했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