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필라델피아에서 델리 가게 하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처음 이민 왔을 때만 해도,
거리마다 사람들 북적이고,
시장 골목에선 아는 얼굴들이 인사도 건네고,
어느새 내 가게에도 단골들이 생겨 하루하루 일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이 다르다.
장사는 점점 팍팍해지고,
물가는 오르는데 마진은 줄고,
직원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고,
가게 하나 겨우 유지해도 손에 남는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여기 말고, 다른 주로 가면 좀 나을까?"
플로리다?
세금은 적지만 요즘은 너무 번잡해지고 집값도 오르고...
텍사스?
요즘 핫하다고들 하지만, 막상 가서 델리 하나 차리면
손님들 입맛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노스캐롤라이나나 조지아?
기후는 좋지만, 아직 한인도 적고 기반 다지는 데 시간이 걸릴 거고...
로스엔젤레스나 캘리포니아? 미쳤다는 부동산, 주거비용 그리고 홈리스문제, 높은 인건비, 산불, 폭동 뉴스...
어디를 봐도 정답이 없어 보인다.
사실 나는 장소를 바꾸고 싶은 게 아니라,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것 같다.
필라델피아가 싫어서가 아니다.
이 도시에서 나는 가족도 키우고,
좋은 이웃도 만났고,
이 가게가 내 삶의 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가끔 너무 지치면 다 내려놓고 어딘가 새로 시작하고 싶어지잖나.
나는 오늘도 계산대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생각한다.
과연 어디로 가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면 행복이란 게 장소가 아니라,
내 마음가짐 속에 있는 걸까.
정답은 없지만,
하루하루 정직하게 살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머물 곳 아닐까 싶다.
그래도 가끔은... 다른 곳이 그리워진다.
그게 요즘 내 솔직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