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타 솔트레이크에 살면서 미국 사람들 대화를 듣다 보면 정말 질기게 아직도 미국에서 살아남는 단어가 바로 "Dude!"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끔 20년 전 일이 생각난다.
그때 대학원 교수와 이야기하다가 한 학생이 교수에게 놀라서 "Dude..."라고 했는데, 교수가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바로 이렇게 받아쳤다.
"Don't dude me."
그때는 좀 재미있었다. "나한테 Dude 하지 마"라는 문장이지만 실제 느낌은 "야,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나한테 반말로 야야 하지 마" 정도였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는 것이다.
20년 전에 이미 너무 많이 쓰니까 "Don't dude me"라는 말까지 있었는데 2026년이 된 지금도 미국 사람들은 Dude를 못 끊는다.
솔트레이크에서도 마찬가지다. 20대 청년들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50대 미국 남자들이 친구끼리 이야기하면서 "Dude, seriously?" 하는 것도 흔하다.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지나가는데 누구에게 Dude라고 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알고 보면 Dude의 역사는 훨씬 오래됐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등장했으니 100년을 훌쩍 넘긴 단어다.
처음에는 옷을 지나치게 멋지게 차려입은 도시 남자를 약간 시니컬하게 풍자 하듯이 놀리는 의미가 있었다. "Dude~"
지금 우리가 아는 Dude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서핑 문화와 캘리포니아 젊은이들의 문화, 스케이트보드, 영화와 TV 등을 거치면서 "야", "친구야", "이봐" 같은 편한 호칭이 됐다.
특히 1980~90년대를 지나면서 미국 전역에서 정말 흔한 표현이 됐다.

그런데 Dude가 이렇게 오래 살아남는 이유가 있다.
이 단어 하나로 너무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멋진 차를 끌고 오면 "Dude!"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Dude..."
황당한 일을 당해도 "Dude!"
친구가 사고를 쳤다면 "Dude, what did you do?"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도 "Dude! How are you?"
억양만 바꾸면 감탄, 반가움, 경고, 짜증, 황당함을 전부 표현할 수 있다.
한국말의 "야", "와", "아니", "진짜?", "임마"를 적당히 섞어 놓은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입에 한번 붙으면 끊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계층에서 많이 쓸까.
의외로 Dude를 특정 사회계층의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자만 쓰는 것도 아니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쓰는 표현도 아니다.
엔지니어도 쓰고 사업가도 쓰고 의사나 변호사도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때는 얼마든지 쓴다.
차이는 계층보다는 상황에서 생긴다. 회사 공식 회의에서 중요한 고객에게 "Dude"라고 할 정신나간 회사원은 없다.
경찰이나 판사에게 친근하게 굴려고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반면 친구들과 술마시고, 캠핑하고, 자동차 이야기하고, 바베큐라도 하는 분위기라면 50-60 대도 자연스럽게 Dude가 나온다.
유타처럼 스키, 하이킹, 산악자전거, 아웃도어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이런 편한 미국식 대화가 더욱 낯설지 않다.
요즘 젊은 세대에는 "Bro", "Bruh" 같은 경쟁자도 생겼다.
특히 "Bruh..."는 황당하거나 어이가 없을 때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쓴다. 유투브 보면 장난아니게 쓰인다.
그래서 Dude가 결국 밀려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1980~90년대에 Dude를 입에 달고 살았던 젊은이들이 지금 50~60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나이 들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평생 사용하던 말을 버릴 이유가 없다.
거기에 젊은 세대도 Dude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 여전히 사용한다.
아마 앞으로 20년이 더 지나도 70대 할아버지 두 명이 만나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 것 같다."Dude, remember when we used to ski here?"
Dude는 이제 젊은이들의 유행어라기보다 미국 사람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생활 언어에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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