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러턴이라고 하면 처음에는 그냥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평범한 동네인 줄 알았다.
부에나파크 옆이고 애너하임 가깝고, 한인들도 제법 산다고 하니까 그냥 그런 주택가겠거니 했다.
그런데 하나씩 알아보니까 생각보다 이야기가 많은 도시다.
풀러턴은 오렌지카운티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인구는 약 14만 명 정도다.
바로 위쪽으로 LA 카운티가 시작되고 주변으로 부에나파크, 브레아, 플라센시아, 애너하임 같은 도시들이 붙어 있다.
그러니까 위치 하나는 정말 괜찮다. I-5, 91번, 57번 프리웨이를 이용하기 편해서 LA 쪽으로 갈 수도 있고, 리버사이드 방향이나 남쪽 오렌지카운티로 내려가기도 좋다. 물론 남가주니까 출퇴근 시간에 막히는 건 어쩔 수 없다.
풀러턴 역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메트로링크뿐 아니라 암트랙 Pacific Surfliner도 정차한다. 차만 타고 다녀야 할 것 같은 오렌지카운티에서 기차를 이용해 LA나 샌디에이고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게 의외로 편하다.
풀러턴은 1880년대 철도 개발과 함께 만들어진 도시다. 처음에는 오렌지, 레몬, 호두 같은 농업이 중요했고 이후 석유 산업이 성장하면서 도시가 커졌다.
그런데 풀러턴 역사를 찾아보다가 제일 재미있었던 건 기타였다. 전기기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레오 펜더(Leo Fender)가 바로 풀러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Fender 기타의 역사가 이 도시와 깊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풀러턴이 음악의 도시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전혀 뜬금없는 말이 아니다.
또 하나 풀러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학교다. Cal State Fullerton이 있고 Fullerton College도 있다. 대학생들이 워낙 많다 보니 완전히 조용한 베드타운하고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대학 주변에는 아파트와 렌트 수요가 많고 젊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과 카페도 자연스럽게 발달해 있다.
다운타운 풀러턴에 가보면 또 느낌이 다르다. 오래된 건물과 식당, 카페, 바가 모여 있어서 저녁이나 주말이면 제법 사람들이 나온다. 오렌지카운티 교외도시는 밤만 되면 조용해지는 곳이 많은데 풀러턴 다운타운은 나름대로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가족이 살기에도 괜찮은 편이다. 조용한 단독주택 지역도 많고 Hillcrest Park나 Craig Regional Park처럼 산책하거나 아이들과 나가기 좋은 공원도 있다. 날씨야 말할 것도 없다. 여름에는 덥지만 습도가 심한 지역과 비교하면 견딜 만하고 겨울은 상당히 온화하다.
집값은 이제 절대 싸다고 할 수 없다. 풀러턴도 주택가격이 상당히 올라 웬만한 단독주택을 구입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그래도 오렌지카운티 안에서 위치와 교육환경, 생활 편의성을 함께 생각하면서 풀러턴을 보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한인 입장에서 보면 생활하기가 더 편하다. 풀러턴 자체에도 한인들이 살고 있지만 바로 옆 부에나파크까지 하나의 생활권처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당이나 한국 마켓, 병원, 학원, 교회 같은 것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한국 음식 먹고 싶다고 멀리 LA 한인타운까지 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풀러턴은 처음 봤을 때보다 살아가면서 장점이 보이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 화려한 관광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교외도 아니다. 대학이 있고, 오래된 다운타운이 있고, 음악의 역사도 있고, 주변에는 커다란 한인 생활권도 있다.
무엇보다 LA와 오렌지카운티 사이에서 어디든 움직이기 좋은 위치가 참 괜찮다.
처음에는 "풀러턴이 뭐가 특별해?" 했는데, 오래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왜 이곳에 자리 잡고 오래 사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는 동네다.

moonriver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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