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길거리에서 전기차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내가 사는 동네만 해도 전기차들이 연달아 2-3대 쓱 지나가고, 신호등 기다리면 내 양옆이 다 전기자동차다.
근데 이 전기차 세계에도 말 못할 전쟁이 있다.
바로 충전기 잭 싸움.
우리는 그냥 “전기차? 충전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게 USB-C냐, 라이트닝이냐 싸움 못지않게 복잡하다.
그리고 이제 슬슬 결론이 나고 있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나만의 세상’을 만들었다.남들이 다 CCS 쓴다고 할 때, 테슬라는 독자 규격인 NACS를 만들었고, Supercharger라는 전용 고속 충전소까지 쫘악 깔았다.
"왜 다 같이 안 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테슬라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지.
“내가 왜? 내 게 더 빠르고, 슬림하고, 효율적인데?”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무려 3만 개 이상이 미국에 설치되어 있고, 고장도 적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깔끔했다.
말 그대로 전기차계의 애플이었다.
그럼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뭐 했냐고?
초반엔 CCS라는 규격에 충실했다.
포드, GM, 현대, 기아, 벤츠, 폭스바겐 등 대부분의 브랜드가 CCS 충전 포트를 쓰며, EVgo 같은 민간 충전망과 손을 잡았다.
문제는?
이게 고장도 잦고, 앱 연결도 꼬이고, 충전 속도도 들쭉날쭉했다.
기다리던 나도 짜증, 충전하던 사람도 짜증,
근데 그 와중에 테슬라 유저는 슈퍼차저에서 쓱~ 하고 충전하고 쿨하게 떠난다.
이쯤 되면 “야, 우리도 저 충전소 좀 쓰자”는 말이 나올 수밖에.
2023년, 진짜 큰 사건이 일어났다.
포드가 제일 먼저 외쳤다.
“우린 앞으로 테슬라 NACS 포트도 넣을 거야!”
GM도 바로 이어서 “우린 더 빨리 넣을게!”
현대, 기아, 메르세데스까지 줄줄이 선언.
결국 2025년부터는 거의 모든 메이커가 NACS 포트를 기본 탑재하고, 슈퍼차저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건 단순한 충전기 잭 문제를 넘어서, 전기차 생태계의 중심이 테슬라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한마디로 충전기 표준에서 테슬라가 완승한 셈.
사실 우리 같은 평범한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혼란 줄고, 충전소 더 많아지고, 선택지도 많아진다.
테슬라 아니어도 슈퍼차저 쓸 수 있게 된다는 건, 진짜 큰 변화다.
물론 아직도 CCS 충전소는 존재하고, 전환기에는 혼란이 좀 있겠지만, 방향은 거의 확정됐다.
앞으로 전기차를 사면 “이거 NACS야?” 물어볼 필요도 없을지도.
그냥 기본으로 들어갈 테니까.
자기만의 규격을 고집하더니, 그게 표준이 됐다.
그렇다고 테슬라만 잘된 건 아니다.
이제 포드, GM, 현대차도 슈퍼차저 이용하면서 소비자 접근성을 키울 수 있으니까 말 그대로 윈윈이다.
그러니까 지금 전기차 시장을 보면... 충전기의 평화협정이 체결된 셈이다.
이제 충전 전쟁보다 중요한 건, 내 차고에 레벨 2 충전 콘센트가 있는지 없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