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는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술 한 잔이 행복사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한주 버티게 하는 소소한 행복으로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센터빌이나 애난데일 한식집 가서 불고기, 삼겹살 구워 먹고 소주 꺾어주는데, 요즘 미국 애들까지 소주를 찾는 걸 보면 세상 많이 바뀌었다 싶다.
예전엔 한식당에서만 먹던 술이었는데 어느 순간 한류열품이 불더니 지금은 대학가 바에서, 심지어 힙한 칵테일 바에서까지 "soju cocktail"이라고 써붙여 놓고 팔고 있다.
그거 보면서 든 생각이 미국 술 문화가 워낙 위스키, 보드카처럼 독한 술 중심이라 소주 같은 부담 없는 도수가 오히려 틈새를 제대로 파고든 거다. 약한 술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가볍게 마시기 좋은 선택지가 된 셈이지.
그리고 한식이 요즘 워낙 인기다 보니 소주가 사이드가 아니라 메인처럼 취급된다.
매콤한 치킨윙에 소주 칵테일, 바비큐랑 소주 병맥 조합, 라면에 달달한 과일소주... 이렇게 조합되는 걸 보면, 이게 그냥 술이 아니라 음식과 같이 경험하는 문화가 된 거다.
특히 복숭아, 자두, 유자 같은 과일소주가 하드셀처랑 느낌이 비슷하다 보니까 달달해서 여자들도 마시기 좋고, 취기도 과하지 않아서 데이트 술, 가벼운 모임 술로 완전 잡았다. 우리가 무 생각 없이 사서 마시던 소주가 여기선 분위기 잡는 힙한 술이 된 거다.
재밌는 건 바텐더들이 소주를 완전히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단순히 "한식당 술"이 아니라 보드카처럼 섞기 좋은 베이스로 쓰고, 진처럼 과일이나 허브 향을 살짝 얹어서 메뉴를 만든다.
사쿠라 선라이즈, 서울 뮬, 소주 마가리타 같은 이름까지 붙여서, 마치 한국 술이 아니라 미국 술처럼 포장해버린 거다. 처음엔 이상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로컬 바 메뉴판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보고 배우들도 소주 마시는 장면 많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마치 드라마 속 문화를 그대로 체험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소주가 사랑받는 이유는 소주 한 잔에 들어있는 '경험'이 팔리는 시대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한 입 마실 때 한국 문화가 슬쩍 스며드는 느낌, 달달하고 부드럽고, 적당히 취기가 올라오는 감각이 사람들한테는 새로운 여행 같은 거다. 생각해 보면 그냥 한국 술 한 병인데, 여기 와서 현지화되면서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 거다.
그렇게 소주는 오늘도 조용히, 근데 확실하게 미국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고 있는것 같다.


샌드위치서핑보드






꼰대가르송 블로그입니다 | 
내년에 꼭 부자되자 | 
Fairfax Fox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