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건 주를 가로지르는 하이웨이 26번을 달리다 보면 이 지역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길은 포틀랜드 도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는 해변 도시들을 향해 달리고, 동쪽으로는 화산 지대와 넓은 평원을 가로지르며 오레건의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그만큼 여행자가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추억을 남기는 길이다. 어떤 사람은 26번을 타고 해안의 바람을 맞으러 가고, 또 다른 사람은 산을 넘고 사막 같은 동부로 향한다. 한 도로를 따라가면서 도로 자체가 풍경을 꾸려주는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26번은 포틀랜드에서 Cannon Beach로 이어지는 도로로 기억된다. 도시의 회색 톤을 뒤로 하고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이내 숲이 다가온다. 길 양쪽에서 빽빽하게 솟은 전나무가 마치 초록색 벽처럼 하늘을 막고 있고, 계절에 따라 빗물이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거나 안개가 도로를 부드럽게 덮는다.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이라 길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레건 특유의 습한 냄새와 나무 향기가 바람을 통해 차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묘하게 편안하다. 차창을 반쯤 열고 달리다 보면, 도시 밖으로 잠시 떠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안을 향해가기 직전에 만나는 네할렘 마운틴 구간은 26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봄과 여름에는 푸른 숲이 깊어 보이고, 가을에는 나무가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물들어 산 전체가 따뜻한 색감으로 바뀐다. 이 구간을 지날 때 산의 굽이길과 안개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비가 갑자기 내렸다가 금세 그치고, 노란빛 햇살이 안개 사이로 번져 나오는 순간,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26번에 얽힌 재미 중 하나는 도로 자체가 사람들을 해변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대부분 포틀랜드 사람은 날씨가 맑으면 "오늘 바다 갈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길을 탄다. 별다른 계획 없이 출발해도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캔언 비치의 거대한 바위, 파도, 차가운 바닷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차에서 내리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파도 소리가 바로 귀에 꽂힌다. 이 길을 달리는 가장 큰 보상은 도착지가 아니라, 도착지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이 한 번에 몰려온다.

하지만 26번은 서쪽으로만 유명한 길이 아니다. 동쪽으로 달리면 마운트 후드(Mount Hood)가 등장한다. 겨울철 스키장으로 향하는 차들, 눈 덮인 산길, 흰 눈이 나무 위에 쌓인 채 길가를 장식한다. 이 구간은 서쪽 해안 도로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차가 천천히 올라갈수록 공기가 선명해지고, 산 냄새가 달라진다. 스키 시즌에는 스노보드, 스키 장비를 싣고 이 길을 오른 사람들로 붐빈다. 어떤 날은 눈보라가 길을 막아 잠시 멈춰야 하고, 어떤 날은 맑은 하늘 아래 산이 선명하게 보이며 운전하는 내내 설레게 만든다.

마운트 후드를 지나 더 동쪽으로 가면, 숲과 산이 갑자기 끝나고 건조한 평원과 사막 같은 땅이 펼쳐진다. 초록색 숲에서 갈색 평원으로 풍경이 완전히 바뀌는 이 구간은, 마치 다른 주로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을 준다. 쓸쓸한 풍경이지만, 넓은 하늘과 황량한 도로가 주는 자유로움은 또 다른 매력이다. 풍경의 변화가 극적이기 때문에 도로 자체가 장거리 여행의 재미가 된다.

결국 26번 도로는 쭉 뻗은 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는 시간 속에서, 오레건의 정취가 차 안으로 스며드는 그런 길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