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파소와 휴스턴은 같은 텍사스주에 속해 있지만, 실제로 살아보거나 체험해 보면 "정말 같은 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후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서부 텍사스의 엘파소는 고지대 사막 기후 동부 텍사스의 휴스턴은 멕시코만 영향권에 있는 습한 아열대 기후로 여름과 겨울 모두 날씨의 특징들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먼저 엘파소의 기후는 전형적인 사막형 고지대 기후입니다. 도시 전체가 해발 약 1,140미터에 위치해 있어 공기가 비교적 얇고 건조합니다. 여름인 6월부터 8월까지는 낮 최고기온이 35도에서 40도를 넘기는 날이 흔하고, 해가 강한 날에는 40도 중반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더위는 '찜통'이 아니라 '오븐'에 가깝습니다.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그늘로만 들어가도 체감온도가 확 떨어지고, 땀이 금세 증발해 피부가 끈적이지 않습니다. 엘파소 사람들이 "덥지만 견딜 만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의외로 온화합니다. 낮에는 평균 14~16도 정도로 쾌적한 날이 많고 햇볕이 강해 외투 없이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다만 사막 기후 특성상 일교차가 매우 커서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날도 간혹 있습니다. 눈은 드물게 내리지만 주변 산지에는 하얗게 쌓인 눈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휴스턴의 기후는 엘파소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휴스턴은 멕시코만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도시입니다. 여름철인 6월에서 8월은 기온 자체는 30도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엘파소보다 낮아 보이지만, 습도가 70~90%에 달해 체감온도는 오히려 훨씬 높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옷이 몸에 달라붙는 전형적인 '찜통 더위'입니다. 엘파소의 더위가 건조한 화로라면, 휴스턴의 더위는 끓는 찜통에 가깝습니다. 에어컨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휴스턴의 겨울은 더욱 극명하게 다릅니다. 12월에서 2월 사이에도 낮 기온이 18~22도까지 오르는 날이 많고, 영하로 내려가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눈은 극히 드물고, 겨울에도 푸른 잔디와 야자수가 살아 있습니다. 엘파소의 맑고 차가운 겨울 공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두 도시의 가장 큰 차이는 단연 습도입니다. 엘파소는 건조한 사막 기후라 피부가 건조해지고 코가 마르기 쉬운 대신, 땀이 금방 말라 활동하기는 수월합니다. 휴스턴은 공기 자체가 무겁고 끈적해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게 됩니다. 다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두 도시 모두 텍사스답게 여름 더위는 강렬하고, 겨울은 비교적 짧고 온화합니다. 여름에는 수분 보충과 냉방 대비가 필수이며, 겨울에는 두 도시 모두 혹독한 한파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엘파소는 태양이 강렬하지만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사막형 기후이고, 휴스턴은 기온은 다소 낮아도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극심한 해양성 아열대 기후입니다. 텍사스라는 한 주 안에서도 이처럼 기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여행이나 이주를 고민한다면 이 차이를 반드시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