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왜 발견했을 때 이미 늦었다는 말을 할까 - Annandale - 1

암 중에서도 췌장암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유난히 겁을 냅니다. "췌장암은 발견하면 이미 늦은 거 아니야?"라는 말도 많이 하지요.

물론 일찍 발견해서 수술하고 치료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다른 암에 비해 조기 발견이 어려운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췌장이 있는 위치입니다.

췌장은 배 앞쪽에 있는 장기가 아니라 위 뒤쪽, 복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간이나 위, 십이지장 같은 장기들 사이에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작은 종양이 생겼다고 해서 밖에서 만져지는 것도 아니고 초기부터 뚜렷하게 아픈 것도 아닙니다.

두 번째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거나 아주 애매하다는 겁니다.

속이 조금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피곤한 정도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한 번쯤 겪습니다.

"요즘 소화가 왜 이러지?"

이러면서 소화제 먹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문제는 종양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췌장 머리 쪽에 종양이 생겨 담관을 막으면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변 색이 진해지거나 대변 색이 옅어지기도 합니다.

체중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빠지거나 배와 등 쪽에 통증이 생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췌장암의 전이 특성입니다.

췌장 주변에는 중요한 혈관과 림프관이 많습니다. 암세포가 주변 조직이나 혈관을 침범하거나 간, 복막, 폐 같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수술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줄어듭니다.

췌장암 치료에서 수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암이 췌장 안에 제한되어 있고 중요한 혈관을 심하게 침범하지 않았으며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진단됐을 때부터 수술이 어려운 환자가 상당합니다.

그렇다면 건강검진을 매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장암에는 대장내시경이 있고 유방암에는 유방촬영술이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단하게 시행해서 췌장암 사망률을 낮춘다고 입증된 보편적인 선별검사는 아직 없습니다.

일반 복부 초음파만으로 작은 췌장암을 항상 찾아내기도 어렵습니다. 췌장이 복부 깊숙한 곳에 있고 장내 가스 등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가족력이나 특정 유전적 위험요인 때문에 췌장암 위험이 높은 사람은 전문의와 상담해 MRI/MRCP나 내시경 초음파 같은 검사를 이용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황달이 생기거나 이유 없이 체중이 계속 빠지고, 지속적인 상복부·등 통증이 있거나 이전과 다른 소화기 증상이 계속된다면 그냥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새롭게 당뇨가 생기거나 기존 당뇨가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에도 다른 증상이나 위험요인이 함께 있다면 의사가 추가 평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췌장암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암이라서가 아닙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상당 기간 별다른 신호를 주지 않고 자랄 수 있고, 우리가 그 신호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주변으로 진행되어 있을 가능성이 다른 암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췌장암에서는 막연하게 겁을 먹는 것보다 위험요인을 알고, 평소와 다른 변화가 지속될 때 미루지 않고 진료받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