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캐롤라이나의 여름은 단어 하나로 표현하자면 '뜨겁고, 습하고, 그리고 변덕스럽다'입니다.

햇빛은 하루 종일 쏟아지다가도 오후가 되면 갑자기 하늘이 검게 변하고, 폭우가 쏟아지며 천둥이 울리기 시작하죠. 이 지역 사람들에게 여름 비는 마치 계절의 일부이자 자연의 리듬 같은 존재예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여름비는 짧고 강렬하며, 공기를 식히는 동시에 또 다른 에너지를 불러옵니다. 하지만 이 온화한 비 뒤에는 때로는 거대한 자연의 분노, 즉 허리케인이라는 이름의 폭풍도 숨어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여름은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9월까지 이어집니다. 낮 기온은 35도 가까이 올라가고, 습도는 80%에 달할 때도 많죠. 그래서 오후에는 자연스럽게 스콜처럼 비가 내립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비를 'afternoon shower'라고 부릅니다. "오후에 한바탕 비 오고 나면 저녁이 시원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비는 불청객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운 손님이에요. 갑작스럽게 내리던 비가 그치면 공기 중의 열기가 한결 누그러지고, 나무 냄새와 젖은 흙 냄새가 퍼지며 도시가 숨을 돌립니다.

하지만 여름이 깊어질수록, 단순한 소나기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다가옵니다. 바로 허리케인 시즌입니다. 매년 6월부터 11월 사이, 대서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이 점차 세력을 키워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을 향해 올라옵니다. 이 지역은 대서양 연안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어서 허리케인의 경로상에 자주 들어갑니다. 특히 찰스턴(Charleston), 머틀 비치(Myrtle Beach), 힐튼헤드(Hilton Head) 같은 해안 도시들은 항상 긴장 속에 여름을 보내죠.

사우스캐롤라이나를 강타했던 대표적인 허리케인으로는 1989년의 휴고(Hugo)가 있습니다. 당시 허리케인은 카테고리 4급의 강풍과 폭우를 몰고 왔고, 찰스턴 일대를 거의 초토화시켰습니다. 바닷물이 도시로 밀려들며 도로가 강처럼 변했고, 나무와 전봇대가 줄줄이 쓰러졌어요. 지금도 현지 어르신들은 "허리케인 휴고 전과 후로 인생이 나뉜다"고 말할 정도로 기억에 깊게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2016년의 매슈(Matthew), 2018년의 플로렌스(Florence), 2019년의 도리안(Dorian) 등 여러 허리케인이 이 지역을 스쳐갔죠.

이 지역 사람들이 흥미로운 건, 이런 자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결코 두려움만을 품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은 허리케인 시즌이 오면 일단 차분히 대비합니다. 슈퍼마켓에는 생수, 건전지, 통조림이 빠르게 동나고, 창문에는 나무판을 덧대고, 해안가는 대피령이 내려집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머는 잃지 않아요. SNS에는 "허리케인 파티 준비 완료!"라며 제너레이터와 바비큐 그릴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찰스턴 사람들은 허리케인이 오기 전 하늘을 보면 "이건 그냥 바다의 기분이 바뀐 거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만큼 바다와의 공존에 익숙한 곳이죠. 물론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엔 피해 복구가 힘들지만, 주민들은 함께 힘을 모아 도시를 다시 세웁니다. 실제로 2019년 허리케인 도리안이 지나간 후에도 며칠 만에 해안 도로와 관광지는 정리되었고, 사람들은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허리케인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또 하나의 계절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사람들은 여름 비가 내릴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올해는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기도하죠. 동시에 그 비가 주는 시원함과 평화를 즐기기도 합니다. 비가 그친 뒤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정말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