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JPL 생일이 왜 핼러윈일까, 1936년 패서디나 이야기 - Pasadena - 1

"JPL, 핼러윈에 생일을 맞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재치 있는 홍보 문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찾아보니까 JPL은 정말로 1936년 10월 31일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어요.

올해가 2026년이니까 이번 핼러윈이 딱 90번째 생일이에요.

패서디나 서쪽에는 아로요 세코(Arroyo Seco)라는 마른 계곡이 길게 이어져 있어요.

1936년 핼러윈 날, 칼텍(Caltech) 구겐하임 항공연구소 쪽 대학원생과 친구들이 이 계곡에 장비를 끌고 내려갔어요.

목적은 직접 만든 로켓 모터를 땅에 고정해 놓고 불을 붙여보는 거였어요.

중심 인물은 Frank Malina예요. 당시 유명한 공기역학자 Theodore von Karman 교수 밑에서 공부하던 대학원생이었어요.

여기에 정식 과학 교육을 받지 않은 독학파 로켓 마니아 잭 파슨스(Jack Parsons)와 에드워드 포먼(Edward Forman)이 합류했어요.

이론 하는 대학원생과 손으로 부딪쳐 보는 아마추어의 조합, 생각해 보면 꽤 재밌는 팀이죠.

현장에 세워진 기념 표지에는 아폴로 M.O. 스미스, 윌리엄 볼레이 같은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어요.

실험 자체는 깔끔한 성공이 아니었어요. 기체 산소와 메틸알코올을 태우는 모터였는데, 처음 몇 번은 점화 장치가 픽 꺼져버렸대요.

JPL 역사학자 설명에 따르면 네 번째 시도에서 드디어 불이 붙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산소 라인이 풀려서 불을 뿜으며 휘둘렸고, 다들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고 해요.

이 팀은 학교 안에서 별명도 하나 얻었어요. 캠퍼스 건물 안에서도 실험하다가 폭발이 몇 번 났는데 계기판 조각이 연구소 벽에 박힌 일까지 있었대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 그룹을 "Suicide Squad", 그러니까 자살특공대라고 불렀어요.

결국 실험은 캠퍼스 밖, 사람 없는 아로요 세코로 밀려나게 됐고요.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기죠. 정식 기관 이름도 없던 시절의 실험 하루를 왜 굳이 생일로 잡았을까요?

제 생각엔 이유가 꽤 분명해요. 이날이 이 사람들이 처음으로 로켓 엔진을 실제로 땅 위에서 시험한 날이고, 그 뒤 모든 조직이 이 팀에서 이어져 나왔거든요.

이후 흐름은 우리가 아는 그 JPL이에요. 1958년 미국 첫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만들었고, 같은 해 12월 육군에서 막 생긴 NASA 소속으로 옮겨갔어요.

지금도 운영은 칼텍이 NASA와의 계약으로 맡고 있어요.

정부 연구소이면서 대학이 운영하는 독특한 구조인데 그 뿌리가 대학원생들의 계곡 실험이라는 걸 알면 특이하게 느껴집니다.

재밌는 건 연구소 위치예요. JPL 캠퍼스는 바로 그 아로요 세코 근처 산자락 아래에 있어요.

90년 전 도망쳤던 그 계곡 옆에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JPL 직원들 사이에서는 핼러윈이 그냥 사탕 받는 날이 아니에요.

매년 이맘때 엔지니어들이 호박 조각 대회를 여는 걸로도 유명한데, 생일 파티 겸 놀이 문화처럼 자리 잡은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