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New Mexico)에서 산다는 건, 뭔가 느릿하고 묘하게 깊은 정취가 있는 삶이에요.

이곳은 미국이지만 어딘가 다른 나라 같고....일년 대부분은 사막의 뜨거운 햇살과 붉은 언덕들 속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릅니다.

아침이면 하늘이 너무 푸르고, 해 질 무렵엔 노을이 붉게 번지며 도시 전체가 그림처럼 물들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왜 다들 이렇게 느긋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에도 인사를 건네고, 가게 주인은 손님과 날씨 얘기를 한참 나누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느림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급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게 이곳 뉴멕시코의 매력이에요.

보통 사막이라고 하면 황량한 이미지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사막은 결코 텅 빈 공간이 아니에요. 산타페 근처로 가면 붉은 바위와 초록 선인장이 어우러진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유명한 화이트샌즈(White Sands)에선 바람이 모래를 부드럽게 빚어내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해질 무렵 모래 위로 드리운 그림자와 붉은빛은 정말 말로 다 못할 만큼 아름다워요.


뉴멕시코의 문화는 스페인, 멕시코,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문화가 오랜 세월 섞이며 만들어진 곳이라, 거리의 건물 하나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요. 산타페 시내만 가도 어도비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미술관이나 수공예품 가게가 골목마다 들어서 있죠.

그리고 음식 이야기 빠질 수 없죠. 뉴멕시코에선 '그린 칠리(Green Chile)'가 거의 종교처럼 사랑받아요. 식당에서 주문하면 항상 "레드(빨간 고추)로 할래요, 그린(초록 고추)로 할래요?" 묻는 게 기본이에요. 매콤하고 향이 강한 고추가 버거에도, 수프에도, 심지어 피자에도 올라갑니다. 처음엔 너무 맵다고 느꼈는데, 어느 날부터 그 매운 향이 없으면 밥맛이 심심하더라고요.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여름엔 낮 기온이 115도 가까이 오를 때도 있고, 겨울엔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훅 떨어져서 일교차가 심해요. 대중교통도 부족해서 차 없이는 어디 가기가 힘들고, 도시가 아닌 시골 지역은 병원이나 마트까지 거리도 멀죠.

하지만 그런 불편함조차 이곳 사람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여요. "우린 도시의 소음 대신 별빛을 얻었잖아요." 이 말이 뉴멕시코를 대표하는 정서인 것 같아요. 밤이 되면 하늘에 별이 쏟아집니다. 정말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아요.

다른 주에서는 보기 힘든 별빛이, 이곳에선 손에 잡힐 듯 반짝여요. 사막 한가운데 앉아 있으면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별들이 숨 쉬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