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 모두를 설레게 했던 3D 프린터 ㅋㅋ.

처음 나왔을 땐 나도 이거 보고 "영화 속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처럼 집에서 뭐든 뚝딱 만들어내는 세상이 오는구나!" 싶었다.

인터넷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권총이 어쩌고, 신발, 컵, 심지어 집까지 출력 가능하다는 기사들이 줄줄이 올라오던 시절이 있었다. 

"앞으로 사람들은 전자레인지 옆에 3D 프린터 하나씩 두고, 컵 깨지면 바로 새로 뽑고, 핸드폰 케이스는 하루에 한 번씩 갈아 끼우겠지"라는  상상.

그런데 현실은 3D 프린터는 '혁명'이 아니라 그냥 비싼 취미용 장난감에 머물러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속도'다. 뭐든 출력하는 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린다. 광고에서는 멋있게 빠르게 찍어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 집에서 써보면 조그만 키링 하나 뽑는 데 몇 시간씩 돌려야 한다. 거기에 중간에 한 번이라도 필라멘트 꼬이면 출력물은 뭉개져서 괴생명체가 탄생한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3D 프린터는 아직 그 진리를 못 따라간다.


두 번째는 재료의 한계다.

플라스틱 같은 단순한 소재는 되지만, 우리가 진짜 필요로 하는 건 튼튼하고 실생활에서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정작 뽑아놓으면 싸구려 장난감 느낌이 강하다. 컵 같은 건 출력은 되지만 뜨거운 물 부으면 금방 변형돼 버리니 쓰질 못한다. 결국 집에서 '실사용'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세 번째는 가격과 유지비다.

기계값만 비싼 게 아니라 필라멘트, 레진 같은 재료값도 만만치 않다. 그 돈이면 그냥 다이소 가서 사는 게 더 싸고 편하다.

또 하나 웃긴 건, 사람들이 "3D 프린터로 다 해결할 수 있다"던 시절에는 뭔가 사회 구조가 송두리째 바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DIY 동호회나 메이커스페이스 같은 소규모 취미 그룹에서만 활약한다.

물론 의료용 보형물, 항공 우주 부품 같은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쓰인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있으면 신기한데 굳이 필요는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친구 집에 가서 3D 프린터 본다고 해도 "와 대박!" 하는 건 5분이고, 그 다음엔 방 한쪽에 안쓰고 그냥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건 3D 프린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혁명이라는 게 항상 대중의 상상처럼 한순간에 세상을 뒤엎진 않는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다 몇십 년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편리함을 만든 거다. 3D 프린터도 언젠가 집에서 진짜 필요한 걸 뚝딱 찍어내는 날이 올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프라모델 좀 더 어렵게 만드는 기계' 정도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요즘은 신기술 발표 들을 때마다 속으로 살짝 웃는다.

"야, 또 하나의 어른 장난감 나왔구나" 하고. 결국 우리 인생도 기술도, 한 방에 바뀌진 않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즐겁게 장난감 삼아 놀고, 누군가는 또 진짜 산업을 만들어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