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거스타운(Hagerstown, MD)은 지도에서 보면 서쪽 위로 펜실베이니아 주 아래에 있다. 워싱턴 D.C.와 볼티모어의 분주함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지만, 그렇다고 시골같은 지역은 아니다. 도시와 자연, 교통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이곳은 워싱턴 D.C.에서 북서쪽으로 약 70마일, 볼티모어에서는 75마일 정도 떨어져 있고, 차로 1시간 반이면 닿는다. 대신 북쪽으로는 펜실베이니아 주와 거의 맞닿아 있어서 주 경계를 넘어가면 바로 그린캐슬(Greencastle)이나 챔버스버그(Chambersburg) 같은 펜실베이니아 작은 마을들이 나온다.

남쪽으로는 웨스트버지니아가 있고, 서쪽으로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초입이 이어져 있다. 그러니까 헤이거스타운은 사실상 '세 개의 주가 만나는 접점' 같은 지역이다. 이런 지리적 특징 덕분에 헤거스타운은 오래전부터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두 개의 주요 고속도로, I-70과 I-81이 바로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I-70은 워싱턴 D.C.에서 출발해 오하이오로 이어지는 동서축의 도로이고, I-81은 버지니아에서 뉴욕 주까지 세로로 길게 뻗은 간선도로다. 이 두 도로가 만나는 헤거스타운은 물류 트럭, 여행자, 비즈니스 이동이 활발한 '교통의 요지'로 불린다. 그래서 도심 주변에는 대형 물류창고와 산업단지가 많고 경제적으로도 물류·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삶의 속도는 느긋하다는 게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대도시인 볼티모어나 D.C.에 비해 생활비가 훨씬 낮은 것도 장점이다. 주택 가격은 절반 수준이고 렌트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은퇴자나 재택근무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제로 워싱턴 D.C.에서 일하지만 주말엔 이곳으로 내려와 주택을 구매하거나 세컨드하우스로 쓰는 사람들도 많다. 기후도 메릴랜드 동부보다 한결 온화하고 봄과 가을엔 날씨가 좋다.

1시간만 차를 몰면 포토맥 강가에 닿고 조금 더 가면 블루리지 산맥의 절경도 즐길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와의 접근성도 좋아서, 북쪽으로는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들로 주말 나들이를 다니기 쉽고 반대로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이 쇼핑이나 식사를 하러 헤이거스타운에 오는 경우도 많다. 시내에는 '헤거스타운 프리미엄 아웃렛'이 있어서, 인근 세 주의 사람들이 모이는 쇼핑 명소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헤거스타운은 메릴랜드 서부 개척의 거점이었다. 18세기 후반, 독일 이민자 조너선 헤이거(Jonathan Hager)가 정착하면서 도시가 형성됐고, 남북전쟁 당시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교통 요충지로 활용되었다. 지금도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어, 도심에는 19세기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워싱턴 D.C.에서 오는 사람들은 이곳을 "도시의 끝이자 농촌의 시작"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출발하면 잠시 후 차창 밖 풍경이 확 바뀌는데 고층빌딩 대신 초록 들판과 낡은 곡물 창고 오래된 교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헤거스타운 시내로 들어서면 작은 극장, 미술관, 앤티크숍이 줄지어 있는 거리로 이어진다. 조용하면서도 '살아 있는 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헤거스타운은 메릴랜드 주 안에서도 가장 독특한 위치를 가진 도시다. 동부 대도시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서 북쪽으로는 펜실베이니아, 남쪽으로는 웨스트버지니아, 서쪽으로는 산악지대가 펼쳐진다.

그래서 '세 주의 관문', 혹은 '트라이 스테이트(Tri-State) 허브'라고도 불린다. 대도시 생활이 지치고 조금 더 여유로운 환경을 원한다면 헤거스타운은 그 중간 지점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