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 중부를 지나 콜로라도 상공을 통과할 때면, 마치 다른 행성 위를 나는 듯한 장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창문 아래로 길게 이어진 흰 능선들, 끝없이 겹쳐지는 봉우리들, 그리고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눈빛의 세계. 그곳이 바로 미국의 척추라 불리는 록키산맥입니다.

해발 4,000미터를 넘나드는 산맥 위를 비행할 때면, 자연이 얼마나 거대하고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껴집니다. 겨울철이나 봄 초입에는 특히 그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산맥 전체가 순백색 눈으로 덮여 있고, 그 사이사이로 어두운 바위와 숲이 드러나며 대조를 이루죠. 햇살이 기울면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빛이 닿은 부분은 눈부실 정도로 밝게 빛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꼭 흰 물결이 굽이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산맥의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LA를 출발할 때는 바다와 사막이 번갈아 보입니다. 도시의 회색빛을 벗어나 네바다의 건조한 황토빛 지형을 지나면, 갑자기 세상이 바뀝니다. 멀리 지평선 위로 하얀 줄 같은 것이 나타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것이 거대한 산맥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창밖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구름 위로 솟은 봉우리들이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내고, 그 사이로 깊게 패인 협곡이 그림처럼 이어집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봉우리가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입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근처에 자리한 이 산은 고도 약 4,300미터로, 날씨가 맑은 날에는 비행기 창문에서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좌우로 퍼지는 하얀 능선은 마치 대지 위의 척추처럼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항로에 따라 조금 북쪽으로 지나면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위를 스쳐 지나가기도 하는데, 그곳의 베어 레이크나 롱스 피크(Longs Peak) 같은 산들도 위에서 보면 순백의 도화지 위에 점처럼 박힌 듯 아름답습니다.

때로는 비행기가 구름 아래로 내려가며 산맥을 가까이 스칠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구름 사이로 얼음처럼 반짝이는 호수들이 나타나고, 산꼭대기에만 남은 눈이 햇빛을 받아 반사되며 순간적으로 눈부신 빛을 냅니다. 그 빛은 금방 사라지지만, 마음속에는 오래 남습니다. 여름에 비행하더라도 록키산맥의 높은 지역에는 여전히 눈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푸른 초원과 흰 설산이 동시에 보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런 풍경은 마치 자연이 두 계절을 한 화면에 그려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비행기 안에서 창가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장면이 펼쳐지면 잠시 말을 멈추고 밖을 바라봅니다. 여행의 피로도 잊고, 단순히 눈앞의 거대함에 압도당하죠. 어떤 사람은 그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려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그 장대한 감동은 사진 한 장으로 표현되기 어렵습니다.

록키산맥 위를 날 때 그곳에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순수한 자연의 결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수천만 년 동안 이어진 대륙의 움직임이 만든 주름살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요. 그 위를 가볍게 지나가는 비행기는 순간 세상의 질서와 조화를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