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퀸즈에서 살아가는 두아이의 엄마로서 바라보는 이곳 한인 사회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에요.
90년대 중반 이민 와서 처음 정착한 동네도, 장을 보러 다니던 한인마트도, 아이 학원 보내고 친구들 만나던 카페도 다 이 퀸즈였는데 요즘은 익숙했던 풍경들이 하나둘씩 달라지고 있어요.
예전엔 퀸즈 한인 커뮤니티하면 중심에는 플러싱(Flushing) 이었죠. Main St. 그리고 Northern Blvd.에 한국어 간판이 즐비했죠. 플러싱 중심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한국 식당들, 옷가게며 델리샾, 세탁소, 학원들 천지였던. 그땐 한국말이 자연스럽게 들려오고 아줌마들끼리 김치 담그는 법이나 어디 세일한다는 얘기하며 같이 몰려서 다니던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장면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아요.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거예요. "다들 어디 갔지?" 싶을 정도로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가까이 지내던 교회 권사님도, 20년째 미용실 하던 언니도, 다 하나 둘 씩 정리하고 떠났어요. 가끔 만나면 다들 입을 모아 말해요.
"이제 여기살기는 힘들어. 물가며 렌트비 내야하는 세금도 올라서 남는 게 없어."
진짜예요. 퀸즈에서 자영업 하던 분들, 특히 식당이나 세탁소 하던 분들은 요즘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며 하나둘 씩 사업을 접고 있어요. 지금은 베이사이드(Bayside), 오번데일(Auburndale), 리틀넥(Little Neck), 도기힐(Douglaston) 등 노던 블러바드 동쪽 라인이 사실상 퀸즈의 새로운 한인타운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193가~Bell Blvd 사이는 요즘 한인 식당이나 미용실, 병원, 마트 등이 밀집되어 있어요. 노던 210가 선까지도 한인 상권이 퍼져 있고요.
그리고 퀸즈를 떠나는 한인들도 많아요. 어디로 가냐고요? 많이들 뉴저지 펠팍(Pelpark)으로 갑니다.
퀸즈보단 주거비도 좀 낮고, 세금도 조금 덜하니까요. 그리고 제 친구 중에서 유펜 쪽으로도 이사 간 사람들이 꽤 있어요. 거긴 주택값도 아직은 감당 가능하고, 공기도 덜 탁하다고 하더라고요. 뉴저지 이사 간 분들 말로는 퀸즈는 이제 너무 '버티는 동네'가 돼버렸다고 해요.
이제 플러싱가보면 2010년도 부터인가 몰려오기 시작한 중국사람들이 상권을 빼곡하게 이루어서 중국사람들이 한국사람들보다 더 많아진거 같아요.
또 요즘 퀸즈 한인 사회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 하나가 바로 플로리다입니다. 많은 한인 이민 1세대들이 이사 간다고 해요. 겨울에 눈 치우지 않아도 되고, 한국 마켓도 다 있고 물가도 저렴하니까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 못 했던 변화죠. 예전엔 "우린 퀸즈에서 뼈를 묻는다"고 했던 분들도 이제는 "여기선 못 살겠다"며 은퇴 후 삶을 조지아나 플로리다 심지어 텍사스 같은 남부로 옮기고 있어요.
더 놀라운 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는 거예요. 특히 아이들 다 키운 60대 부부들이 많아요. 코로나 이후로 미국의 의료비, 안전 문제, 노후 불안이 확 다가오면서 "차라리 한국이 낫겠다"고 결심하는 분들이 늘었죠. 요즘 한국도 이민 생활 하던 분들을 위한 '리턴 프로그램' 같은 게 있어서, 서울 근교나 지방도시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이 물가는 올랐지만 병원 가는 건 편하니까"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렇다고 퀸즈 한인 사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여전히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세대들도 있고, 요즘엔 K팝, K드라마 영향으로 이젠 미국사람들이 한인 마트를 많이 찾아오기도 해요. 하지만 이 동네에서 느꼈던 '공동체로서의 한인 사회'는 예전처럼 끈끈하진 않은 것 같아요.
때론 저도 고민이 돼요. 나도 그냥 이쯤에서 정리하고 플로리다로 갈까?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볼까? 하지만 여기가 또 30년 가까이 산 내 인생의 절반이 묻힌 곳이잖아요. 아직은 떠나기엔 마음이 무겁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세대가 퀸즈를 지키는 마지막 한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퀸즈 한인 사회는분명히 변화하고 있어요. 낡은 간판이 내려가고, 친숙했던 가게가 사라지고, 옆집 이웃이 이사를 가도 그 자리를 누군가 다시 채우긴 하겠죠.
하지만 그게 나를 포함한 우리였던 시절은, 이제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