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전 무패 신화, 미국 최초 프로야구팀의 고향 신시내티 - Cincinnati - 1

야구장에서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을 보면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이 동네 사람들은 이 빨간색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응원하는 걸까?

답은 18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수 전원에게 공개적으로 월급을 주는 야구팀이 바로 여기 신시내티에서 만들어졌거든요.

팀 이름은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였어요. 무릎까지 오는 바지 아래로 빨간 양말을 드러낸 유니폼이 그대로 이름이 된 거죠.

그 전까지 야구는 기본적으로 아마추어 클럽의 운동이었어요. 뒤로 몰래 돈을 받는 선수는 있었지만, 대놓고 연봉 계약을 하고 팀을 꾸린 건 이 팀이 처음이었습니다.

팀을 만든 사람은 해리 라이트라는 감독이었어요. 본인이 중견수로 뛰면서 선수 모집부터 훈련까지 다 챙겼고, 나중에 프로야구의 아버지라는 별명까지 얻습니다.

클럽 회장은 애런 챔피언이었어요. 선수들 월급을 책임지는 자리였으니, 요즘 말로 하면 구단주 겸 CFO 역할이었던 셈이에요.

재미있는 건 선수 구성이에요. 신시내티 출신은 1루수 찰리 굴드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동부에서 실력으로 스카우트해 온 선수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좀 감동했어요. 동네 팀이라는 자존심보다 실력을 먼저 본 거잖아요. 지금 메이저리그가 전 세계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방식의 시작이 이미 여기 있었던 거예요.

최고 연봉자는 해리의 동생인 유격수 조지 라이트로, 1,400달러를 받았어요. 동네 출신 찰리 굴드는 800달러였다고 하고요.

그럼 성적은 어땠을까요? 1869년 시즌 공식 기록은 57승 0패예요. 시범 경기까지 합치면 승리 수가 더 늘어나는데, 그래도 패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실 완벽하게 깔끔한 기록은 아니에요. 8월 26일 트로이 헤이메이커스와의 경기가 17대17로 맞선 상황에서 상대 팀이 판정에 항의하며 경기장을 떠나버렸거든요.

이 경기를 무승부로 보느냐, 몰수승으로 보느냐는 지금도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혀 있어요. 그래도 진 경기가 없었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동 거리예요. 6월 동부 원정에서만 1,821마일을 다니며 20경기를 전부 이겼다고 해요.

가을에는 막 개통한 대륙횡단철도를 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다 왔어요. 이 서부 원정 거리가 왕복 4,764마일이었다니, 요즘처럼 전세기도 없던 시절에 정말 대단하죠.

두 원정 동안 이 팀을 직접 본 관중이 20만 명에 달했다고 야구 명예의 전당은 정리하고 있어요. 그해 브루클린 경기 하나에만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고 하고요.

요즘으로 치면 한 시즌 내내 전국 투어를 도는 아이돌 그룹 같은 느낌이었을 거예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으니 그 인기가 짐작이 가죠.

워싱턴에서는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어요. 한 도시의 야구팀이 전국구 스타가 된 거예요.

그런데 영원한 건 없더라고요. 1870년 6월 14일, 브루클린 애틀랜틱스에게 연장 11회 끝에 8대7로 지면서 긴 연승 행진이 끝났어요.

9회까지 5대5 동점이었고, 애틀랜틱스는 무승부로 끝내려 했대요. 그런데 레드 스타킹스는 끝까지 승부를 보길 원했고 심판도 경기를 계속하라고 해서 연장으로 갔어요. 결국 그 선택이 첫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참 인간적이라고 느껴요. 이기는 데 익숙한 팀이 비기는 걸 못 참았던 거죠.

그 뒤로 관중이 줄고 연봉 부담은 커졌어요. 결국 클럽 이사회는 1870년 11월, 다음 시즌에는 프로 선수단을 두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해리 라이트는 보스턴으로 옮겨 새 팀을 꾸렸고, 신시내티 동료 네 명을 데려갔어요. 레드 스타킹스라는 이름까지 같이 가져갔죠.

그래서 지금의 신시내티 레즈는 1869년 팀과 법적으로 이어진 구단은 아니에요. 현재 레즈는 1882년에 출범한 팀이고, 빨간색 전통과 이름의 뿌리를 물려받은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이 도시가 미국 프로야구의 출발점이라는 자부심은 충분히 가질 만하다고 생각해요. 조지 라이트와 해리 라이트는 둘 다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요.

제가 이 이야기에서 제일 좋아하는 포인트는 따로 있어요. 돈을 주고 최고를 모으면 결과가 나온다는 걸 처음으로 증명한 팀이라는 점이에요.

동시에 돈이 계속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팀도 오래 못 간다는 것도 보여줬죠. 성공과 한계를 2년 만에 다 보여준 셈이에요.

이 동네에 사신다면 다음에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근처를 지날 때 빨간 양말 하나 떠올려 보세요. 그냥 응원 색이 아니라 157년 된 이야기가 담긴 색이니까요.

저는 이 이야기를 알고 난 뒤로 레즈 경기를 보는 눈이 좀 달라졌어요. 성적이 어떻든 이 도시가 먼저 시작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응원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