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 교외로 이사 오면 생각지도 못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벌레입니다.
한국에도 모기 있고 진드기 있죠. 그런데 센터빌처럼 집 뒤에 바로 숲이 있고 개울도 많고 사슴이 동네까지 내려오는 곳에서 살다 보면 느낌이 좀 다릅니다. 특히 주말에 공원이나 트레일을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진드기는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가끔 한국 분들이 "한국 사람은 체질이 달라서 이런 거 잘 안 걸리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라임병이나 알파갈 증후군은 한국 사람이라고 피해 가는 병이 아닙니다.
진드기에 물리고 감염되거나 면역반응이 생기면 인종과 관계없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센터빌 주변에서 조심해야 할 게 Blacklegged Tick, 흔히 사슴진드기라고 부르는 녀석입니다.
라임병을 옮길 수 있는데 처음에는 물린 자리 주변으로 붉은 발진이 생기거나 몸살처럼 피곤하고 열이 날 수 있습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잘 되는 편이지만 모르고 지나가면 관절이나 신경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 우습게 볼 건 아닙니다.
더 희한한 것도 있습니다. Lone Star Tick에 물린 뒤 Alpha-gal Syndrome이라는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이게 생기면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먹던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포유류 고기를 먹고 몇 시간 뒤 두드러기나 복통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응급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고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한 일이죠.
삼겹살 먹고 알레르기가 생긴다니 진드기 한 마리가 사람 식생활까지 바꿔놓는 셈입니다.
여름에는 모기도 많습니다.
특히 비 한번 많이 오고 날씨 더워지면 저녁에 잔디나 숲 근처에서 모기가 금방 달라붙습니다.
서나일바이러스 같은 모기 매개 질환도 있기 때문에 "모기 몇 방 물리는 게 뭐 어때" 하고 무조건 무시할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센터빌 살면서 무서워서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자연환경이 센터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Bull Run 같은 곳에 하이킹 갈 때는 긴 바지 입고 방충제 한번 뿌려주는 정도는 습관으로 만드는 게 좋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샤워하면서 다리, 허리 주변, 겨드랑이처럼 진드기가 숨어 있기 쉬운 곳도 한번 살펴보고요.
아이들이 숲에서 놀았다면 부모가 확인해주는 게 좋습니다.
미국 교외생활이 좋은 게 집 가까이에 숲도 있고 공원도 있다는 건데, 사람만 그 자연을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서 살던 습관 그대로 아무 준비 없이 숲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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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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