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도에 엘에이로 이민을 와서 처음으로 먹고 반했던 패스트푸드가 있다면 단연 요시노야 비프 보울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테리야키 덮밥 같은 메뉴가 흔치 않았고, 미국 음식이라고 하면 햄버거나 피자 정도로 생각했었죠.

그런데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얇게 썬 소고기와 양파가 달콤 짭짜름하게 졸여진 한끼는 마치 '미국 속 일본식 한식' 같았습니다.

매장에서 주는 포크로 한입 떠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 간장 설탕 미림이 어우러진 소스에 소고기 비계의 고소한 기름 향이 밥알마다 스며들어 정말 행복했죠.따로 챙겨왔던 뿌려먹는 매운양념과 빨간색으로 염색된 생각절임도 별미 였습니다.

그때는 단돈 5-6달러에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었고, 학생이던 제게는 요시노야 비프 보울이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음식이었습니다.

요시노야는 원래 일본에서 1899년에 시작된 체인으로 미국에는 1970년대 후반에 진출했고 엘에이 한인타운 곳곳에도 매장이 많았어요. 

한인타운에서는 올림픽 블러버드 그리고 윌셔 그레머시 쪽이 기억에 납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줄서 있는 사람들,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빠르게 주문을 받던 풍경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비프 보울 하나에  아시안샐러드 추가하고, 때로는 라지 사이즈 베지 콤보 시켜서 배 터지게 먹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건강식, 유기농, 비건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요시노야도 예전의 진한 맛을 점점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들렀을 때 느낀 첫인상은 "이게 그때 그 맛이 맞나?"였습니다.

고기 양은 줄고, 소스는 옅어지고, 밥도 뭔가 퍽퍽해진 느낌이었죠. 그 시절의 기름진 윤기와 달콤한 간장 향 대신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물론 지금의 요시노야는 시대 변화에 맞춘 선택을 한 거겠죠.

사람들은 더 이상 '기름진 한 그릇'보다 '건강하고 가벼운 한 끼'를 원하고, 체인점은 트렌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실제로 요시노야는 메뉴에 샐러드, 브로콜리, 현미밥 같은 옵션을 추가했고, 간장 대신 라이트 소스를 사용하는 매장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변화가 반갑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음식의 맛보다도 그때의 기억,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밥 같은 밥'을 먹었다는 위안이 더 크게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시노야 비프 보울은 단순한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엘에이 이민 초기에 느꼈던 외로움과 설렘이 섞인 추억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진한 향이 나지 않아도, 지나가다 새롭게 CI되서 바뀌어 버린 요시노야 간판을 보면 문득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돈 아껴가며 먹던 한 그릇 그 따뜻한 밥 위에 얹힌 불고기 향이 제게는 그 시절의 작은 행복이자 이민 생활의 첫 번째 위로였으니까요.

그시절이 그리운것은 설명하기 힘든 짠한 추억들이 많아서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