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을 여행하면서 꼭 한 번은 타봐야 할 것이 있다면 단연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Staten Island Ferry)입니다.
놀라운 건 이 페리가 '무료'라는 점이에요.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맨해튼과 스태튼 아일랜드 사이를 왕복할 수 있습니다.
뉴욕의 대표적인 무료 명소이자, 현지인들에게는 일상적인 교통수단이기도 하죠. 페리는 맨해튼 남쪽 끝에 있는 사우스 페리 터미널(South Ferry Terminal)에서 출발합니다.
여기는 바로 지하철 1호선의 마지막 역이라 찾아가기 쉽고, 근처에는 배터리 파크도 있어서 산책하다가 바로 탈 수 있어요. 배를 타면 약 25분 정도 걸리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 뉴욕의 상징적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페리가 천천히 출발할 때 뒤를 돌아보면 맨해튼 다운타운의 빌딩 숲이 점점 멀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자유의 여신상이 가까워져요. 굳이 비싼 유람선을 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뷰가 훌륭합니다.
자유의 여신상 사진을 찍기엔 이만한 각도가 없어요.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배 안은 꽤 넓고, 두 층으로 되어 있어서 실내 좌석에 앉아갈 수도 있고, 바깥 갑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갈 수도 있어요. 날씨가 좋은 날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거나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즐깁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실제 스태튼 아일랜드 주민들이 많이 타는데, 그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뉴욕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특히 노을 질 무렵에 타면 하늘빛이 주황색에서 보랏빛으로 바뀌며 빌딩 창문에 반사되는 장면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요. 도착지인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 터미널(St. George Ferry Terminal)에 내리면 주변에도 구경할 곳이 제법 있어요. 최근엔 터미널 앞에 '엠파이어 아웃렛(Empire Outlets)'이라는 쇼핑몰이 생겨서 브랜드 할인매장을 둘러보거나 커피 한 잔 하며 뷰를 즐기기에 좋아요.
주의할 점은 스태튼 아일랜드에 도착해서 페리를 다시 타려면 일단 내려서 다음 배를 타야 합니다. 바로 같은 배를 타고 되돌아가면 제지당할 수 있으니, 내렸다가 다시 탑승 줄에 서는 게 정석이에요.
그래도 배는 24시간 운항하고, 평균 30분 간격으로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밤 12시가 넘어도 운영하기 때문에 야경을 보러 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안전도 잘 관리되어 있고, 경찰이 항상 순찰을 돌기 때문에 늦은 시간이라도 비교적 안심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페리가 단순한 관광용이 아니라 뉴욕시의 공식 교통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이에요.
매일 약 7만 명이 이용하고,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이 배를 탄다고 해요. 뉴욕 시민들에게는 '지하철보다 풍경이 좋은 통근길'로 여겨질 정도죠.
저는 개인적으로 새벽 시간의 페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도시가 아직 깨어나기 전, 강물 위에 안개가 살짝 끼어 있고, 멀리 맨해튼의 불빛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그 장면이 정말 잊을 수 없어요. 관광객이 적어서 조용하고, 바람 소리만 들리는 그 시간의 페리는 마치 뉴욕이 아닌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스태튼 아일랜드 페리는 뉴욕에서 가장 값진 무료 경험이에요. 자유의 여신상, 맨해튼 스카이라인, 바다 위의 노을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이 짧은 항해는 뉴욕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오래 사는 현지인에게도 늘 특별한 순간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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