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비던스에 살면서도 막상 로드아일랜드 주의사당을 제대로 둘러본 적은 없었습니다.

멀리서 돔만 보면서 지나치기만 했지, 안에 들어가 볼 생각은 못 했던 겁니다. 어느 평일 오후, 날씨가 유난히 맑아서 산책 겸 주의사당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막상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습니다. 작은 주의 주청사라고 얕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계단을 올라 입구로 들어가자 대리석 바닥과 높은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내부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관광지 특유의 소란함은 없고, 진짜 행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보안 검색을 간단히 통과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중앙 로비 위로 커다란 돔이 열려 있는데, 그 아래 서 있으면 괜히 목소리도 낮아집니다.

벽면에는 로드아일랜드 역사와 관련된 벽화와 조각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습니다. 독립 전쟁 시절 장면, 초기 정착민들의 모습, 항구 도시로 성장하던 시기의 풍경이 하나하나 그려져 있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전시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작은 주가 미국 역사에서 차지했던 역할이 생각보다 크다는 게 느껴집니다.

의회 회의장 쪽으로 가면 더 흥미롭습니다. 문이 열려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평소 뉴스에서만 보던 공간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나무로 만든 책상들이 반듯하게 놓여 있고, 위쪽에는 방청석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매일같이 세금, 교육, 교통, 주거 문제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간다는 사실이 묘하게 실감 납니다. 정치가 갑자기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돌아가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건물 뒤편으로 나가면 프로비던스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잔디와 산책로가 펼쳐집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돔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도시의 중심에서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 듭니다. 출퇴근에 쫓기며 지나는 거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주의사당은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이 도시의 심장 같은 공간입니다. 로드아일랜드에 산다면 한 번쯤은 꼭 들어가 볼 만합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이런 곳을 지나치기 쉬운데, 잠깐 멈춰 서서 지역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장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