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뉴포트에 다녀왔습니다. 로드아일랜드에 살면서 뉴포트를 안 가봤다는 건 사실상 직무유기 같은 이야기라 와이프하고 아이들 옷가지 좀 챙겨서 마음먹고 떠났습니다. 막상 도착하니 왜 사람들이 이 작은 도시를 그렇게들 추천하는지 단번에 알겠더군요. 바다 냄새, 햇빛, 바람, 그리고 묘하게 여유로운 분위기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뉴포트는 그냥 관광지가 아니라 '미국식 휴양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항구 근처에 차를 세우고 보웬스 워프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요트들이 줄지어 떠 있고, 나무 데크 위에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괜히 발걸음도 느려집니다. 평소 같으면 커피 한 잔 들고 바쁘게 이동했을 텐데, 여기서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바다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금방 갑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클리프 워크였습니다. 절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인데, 한쪽에는 대서양이 끝없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는 19세기 대저택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이 동네가 왜 부자들의 여름 별장 도시로 불렸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파도 소리가 바로 발밑에서 들리고, 물빛은 시간마다 색깔이 바뀝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동안 머릿속이 묘하게 정리되더군요.
산책을 마치고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조개 수프와 랍스터 롤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뉴잉글랜드 음식은 화려하진 않지만 재료 맛이 살아 있어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특히 바닷가에서 먹는 랍스터 롤은 같은 메뉴라도 다른 동네에서 먹는 것과는 기분이 전혀 다릅니다. 햇빛, 바람, 바다 냄새가 양념처럼 같이 들어가니까요.
식사 후에는 벨뷰 애비뉴 쪽으로 가서 대저택들을 구경했습니다. 과거 미국 최고 부호들이 지어놓은 여름 별장들인데, 겉으로만 봐도 규모와 분위기가 압도적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박물관처럼 개방돼 있어서 외관만 돌아봐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저택 사이를 걷다 보면 이 조용한 항구 도시가 한때 미국 상류 사회의 중심 무대였다는 게 실감납니다.
해 질 무렵 다시 항구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바다 위로 천천히 내려앉을 때 요트 실루엣이 하나둘 어두워지는데, 그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관광객도 많았지만 시끄럽다는 느낌보다는 다들 각자 쉬러 온 사람들처럼 조용히 풍경을 즐기고 있더군요.
뉴포트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대신 천천히 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보고, 먹고, 바다 바라보다 돌아오기 좋은 곳입니다. 프로비던스에서 가까운 이 작은 도시가 이렇게 큰 위로를 줄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엔 하루가 아니라 1박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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