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살아간다는 건 도시와 자연이 맞닿아 있는 특별한 경험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으로 펼쳐진 설산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계절에 따라 빛깔과 표정이 달라지는 그 산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건 단순히 장식품 같은 풍경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를 곁에 둔 듯한 기분을 줍니다.

앵커리지의 겨울은 길고 혹독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끈기와 인내를 배우게 돼요.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도 출근길에 차를 몰고 나서야 하고, 때로는 삽을 들고 집 앞의 눈을 치워야 하는데, 이런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도 설산은 늘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삶을 묘하게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보통 10월말 부터 6월초까지 시내 어디서든 고개만 들면 설산이 배경처럼 서 있고, 차로 20~30분만 달리면 바로 추구치(Chugach) 산맥이 눈앞에 펼쳐지죠.

공항에 도착해도 활주로 뒤편으로 하얗게 빛나는 산들이 보이니, 이곳에 산다는 건 늘 산과 함께 숨 쉬는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알라스카 앵커리지 지역에서 볼때 10월 중순쯤부터 눈이 산 정상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11월이 되면 앵커리지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설산을 배경으로 살아가게 돼요. 겨울 내내 두터운 눈이 덮이고, 낮이 짧은 12월과 1월에는 회색빛 하늘과 눈 덮인 산이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4월이 되어도 산 위쪽은 여전히 눈으로 덮여 있고, 5월쯤 되어야 낮은 산부터 조금씩 녹기 시작해요. 하지만 높은 봉우리들은 여름 한가운데인 6월, 7월에도 여전히 눈을 간직합니다.

그래서 앵커리지 사람들은 여름에도 눈 덮인 산을 보는 게 당연하고, 관광객들은 깜짝 놀라곤 하죠. 대체로 8월이면 낮은 산들은 푸른 숲으로 변하지만 고산지대의 눈은 9월까지 남아 있어 사실상 1년 내내 설산을 만날 수 있는 셈이에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높은 산들을 꼽자면 세 곳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먼저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6,190m)는 앵커리지에서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맑은 날 도심에서도 멀리 눈부신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위용은 말 그대로 '거대한 존재'이고, 알래스카가 단순한 땅이 아니라 대자연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이에요.

두 번째는 앵커리지에서 가까운 마운트 서스티나(1,280m)예요. Sleeping Lady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옆으로 누워 자는 여인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한 산이에요. 해 질 녘 붉은 노을과 함께 바라보면 정말 사람의 실루엣처럼 보여서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세 번째는 앵커리지 동쪽에 자리한 마운트 마거(Mount Mugar)를 비롯한 추구치 산맥의 봉우리들이에요. 2,000m 안팎의 산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시내와 너무 가까워서 등산이나 하이킹으로 자주 찾는 곳입니다. 여름에도 정상 부근에는 얼음과 눈이 남아 있어 '사계절 눈산'의 매력을 보여주죠.

결국 앵커리지에서 설산을 바라보며 산다는 건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곁에 두는 게 아니라,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이곳에서 살아간다면, 산의 묵직한 존재감은 마치 인생의 무게와 닮아 있어요. 봄에는 조금씩 녹아내리면서도 여전히 높은 곳을 지키고, 여름에도 끝내 흰 흔적을 간직하는 봉우리들을 보면서, 사람도 그렇게 흔들리되 쉽게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되죠.

앵커리지의 설산은 결국 배경이 아니라, 삶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