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마트 입구마다 오렌지색 호박이 산처럼 쌓여 있죠. 저도 장 보러 갔다가 결국 하나 들고 나왔어요. 그런데 계산하면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왜 하필 호박에 얼굴을 파는 걸까요? 찾아보니 답이 꽤 의외였어요. 처음 잭오랜턴은 호박이 아니라 순무였다고 해요.
본 사안을 정확히 살펴보면 시작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예요. 히스토리닷컴에 따르면 이 지역 사람들은 순무에 무서운 얼굴을 파서 창가나 문 근처에 뒀다고 해요. 떠도는 악령을 쫓기 위해서였죠.
잉글랜드에서는 큰 비트를 썼다고 하고요. 감자에 조각했다는 기록도 있어요. 결국 그 동네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뿌리채소가 캔버스였던 셈이에요.
이 풍습은 고대 켈트 축제인 사윈(Samhain)과 연결돼요. 여름이 끝나고 켈트식 새해가 시작되는 때를 기념하던 날이었어요.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11월 1일 전날 밤, 그러니까 지금의 핼러윈으로 이어졌다고 해요.
그럼 잭은 누구냐. 여기서 Stingy Jack, 구두쇠 잭 전설이 나와요. 히스토리닷컴은 이 이야기가 19세기에 처음 인쇄물에 등장했다고 설명해요.
줄거리가 은근 웃겨요. 잭은 술값을 안 내려고 악마를 동전으로 변하게 만들고, 그 동전을 은 십자가 옆에 둬서 원래 모습으로 못 돌아가게 해요. 나무 위로 올라가게 한 다음 못 내려오게 만든 일화도 있고요.
결국 잭은 죽어서 천국에도 지옥에도 못 들어가요. 악마가 던져준 불씨 하나를 속 파낸 순무에 넣고 영원히 떠돌게 됐다는 이야기예요. 이 불 켜진 순무가 잭의 랜턴이라는 거죠.
솔직히 이 대목에서 조금 짠했어요. 꾀 부리다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라니. 이민자로 살다 보면 이런 감정이 묘하게 낯설지 않거든요.
다만 하나는 짚고 가야 해요. 전설이 인쇄된 게 19세기라는 거지, 순무 조각 풍습이 그때 시작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 풍습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역사학자들도 확실히 모른다고 해요.
이름 자체도 원래는 채소랑 상관이 없었어요. 옥스퍼드 영어사전 기록을 보면 jack-o'-lantern은 1660년대 영국에서 랜턴 든 남자나 야간 경비원을 부르는 말로 쓰였어요.
비슷한 시기에 늪지 위에 깜빡이는 이상한 불빛, 그러니까 will-o'-the-wisp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고요. 조각한 랜턴을 뜻하는 용례는 1837년에야 처음 기록돼요. 단어 하나에 이렇게 긴 여정이 있다니, 좀 놀랐어요.
그럼 진짜 순무 랜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아일랜드 국립박물관에 그 답이 있어요. 1943년 도니골 지역의 한 교사가 박물관에 순무 랜턴을 기증했다고 해요.
그 교사는 1900년 무렵 그 동네에서 늘 만들던 형태라고 설명했어요. 이미 그때는 아무도 안 만드는, 기억으로만 남은 전통이었고요. 그래서 기록으로 남기려 했던 거죠.
원본은 시간이 지나 상해서, 지금 메이요 카운티의 Country Life 분관에는 석고로 본뜬 모형이 전시돼 있어요. 사진을 찾아봤는데 진짜 무서워요. 쭈글쭈글한 얼굴이 귀엽다는 느낌이랑은 거리가 멀어요.
그럼 호박은 언제 등장했을까요. 핵심은 호박이 아메리카 대륙 작물이라는 점이에요. 아일랜드에서는 원래 흔한 채소가 아니었어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에 오면서 채소 조각 풍습도 같이 들고 왔어요. 그리고 여기엔 순무보다 훨씬 크고 속 파기 쉬운 호박이 있었죠. 자연스럽게 재료가 바뀐 거예요.
히스토리닷컴은 이 이민 흐름 덕분에 미국의 호박 조각이 그냥 가을 놀이에서 핼러윈만의 상징으로 바뀌었다고 봐요. 이민자들이 가져온 풍습이 미국을 대표하는 장면이 된 셈이에요.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우리가 너무 미국적이라고 생각하는 풍경이 사실은 이민자들의 고향 기억에서 나온 거라는 게요. 한인 가정에서 추석에 송편 빚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어요.
물론 균형 있게 보면 모든 게 아일랜드 단독 작품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미국에도 호박을 파서 노는 가을 풍습은 이미 있었고, 여러 전통이 섞여서 지금 모습이 된 거니까요.
그리고 구두쇠 잭 이야기도 판본이 여러 개예요. 그래서 이게 유일한 기원이라기보다는 여러 설명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봐요.
궁금해서 저도 직접 순무를 하나 사서 파봤어요. 결론적으로는 비추예요. 생각보다 단단해서 숟가락으로는 거의 안 파지고, 작은 칼로 한참 씨름해야 해요.
완성품은 주먹만 한 크기에 얼굴도 삐뚤빼뚤했어요. 그런데 티라이트 하나 넣고 불을 끄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호박보다 훨씬 으스스했어요.
옛날 아일랜드 사람들이 왜 이걸로 악령을 쫓으려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작고 울퉁불퉁한 얼굴이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게 진짜 경고처럼 보였거든요.
혹시 아이랑 해보실 분들은 칼 쓰는 부분은 꼭 어른이 맡아주세요. 순무가 미끄럽고 단단해서 손 다치기 쉬워요.
그래도 올해 저는 결국 호박으로 돌아갈 것 같아요. 순무는 한 번 경험으로 충분했어요. 대신 현관 한쪽에 작은 순무 랜턴 하나는 같이 두려고요.
큰 호박 옆에 작은 순무가 나란히 있으면, 이 전통이 어디서 왔는지 보여주는 작은 연표 같을 것 같아서요. 지나가는 이웃이 물어보면 이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에요.
여러분은 올해 뭘 파실 건가요? 정통 순무파인지, 그래도 호박파인지 궁금해요. 저는 아무래도 호박 쪽에 한 표예요.

Snicker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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