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트로트 1위, 김수희의 남행열차 - Honolulu - 1

하와이에 살면서 한국 노래를 듣다 보면 참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살때 그러니까 제가 한때 젊었을 때는 그저 신나는 노래라고 생각했던 곡이 이제 다시 들으면 전혀 다르게 들린다는 겁니다.

얼마 전 KBS와 방송문화연구소가 조사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트로트' 순위를 보다가 반가운 노래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김수희의 '남행열차'입니다. 남행열차라면 한국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노래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저에게 남행열차는 어릴 적부터 신나는 노래였습니다.

명절에 행사에서도 들었고, 노래방에 가면 누군가 반드시 부르는 노래였지요.

특히 도입부가 나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조금 전까지 얌전히 앉아 있던 사람도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노래를 잘 모르는 사람까지 후렴구를 따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이렇게 슬픈 노래였나요?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빗물이 흐르고 내눈물도 흐르고 잃어 버린 첫 사랑도 흐르네

깜빡 깜빡이는 희미한 기억속에 그대만난 그사람 말이없던 그사람 자꾸만 멀어지는데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비내리는 호남선 마지막열차 기적소리 슬피우는데

빗물이 흐르고 내눈물도 흐로고 잃어 버린 첫 사랑도 흐르네

깜빡 깜빡이는 희미한 기억속에 그대만난 그사람 말이없던 그사람

자꾸만 멀어지는데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만날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비 내리는 호남선 열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떠나간 첫사랑을 생각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창문에 흐르는 빗물과 자신의 눈물이 겹쳐지고, 멀어지는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습니다.

특히 제 마음에 남은 구절은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트로트 1위, 김수희의 남행열차 - Honolulu - 2

참 이상하지요. 다시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돌아오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부탁입니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이면서도 마지막 미련 하나만은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절절한 이야기를 김수희는 놀라울 만큼 힘차게 부릅니다.

경쾌한 리듬에 강렬한 멜로디가 이어지고, 김수희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가 곡 전체를 끌고 갑니다.

이제 와서 들어보니 가사와 멜로디의 조화가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하와이에서 살다 보면 한국의 기차 풍경이 가끔 그리워집니다. 이곳에는 섬이라 호남선도 없고, 비 내리는 밤에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여객열차도 없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남행열차를 들으면 실제로 타본 어느 기차보다도 더 선명한 한국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어두운 차창, 빗방울, 희미한 불빛,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오래전의 시간까지 말입니다.

좋은 노래는 세월이 지나도 낡지 않는다고 하지요.

남행열차가 바로 그런 노래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