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간 튀김 천국, 텍사스 스테이트 페어가 특별한 이유 - Dallas - 1

가을 주말에 페어 파크 쪽으로 차를 몰면 멀리서부터 거대한 관람차가 먼저 보여요. 그다음엔 튀김 기름 냄새가 바람을 타고 넘어옵니다. 아, 올해도 그 계절이구나 싶은 순간이죠.

텍사스 스테이트 페어는 2026년에 9월 25일부터 10월 18일까지, 딱 24일 동안 열렸어요. 오늘이 바로 마지막 날입니다.

보통 9월 마지막 금요일에 문을 열고 24일 동안 이어지는 게 이 축제의 리듬이에요. 올해는 140번째 행사라서 의미가 조금 더 컸고요.

처음엔 그냥 큰 동네 장터 정도로 생각했어요. 놀이기구 몇 개, 가축 전시, 그리고 먹거리 부스. 그런데 몇 번 가보니 이건 단순한 장터가 아니더라고요.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빅 텍스예요. 입구 근처에서 거대한 카우보이가 하우디 하고 인사를 건네는데, 처음 보면 웃음부터 나와요.

이 인형은 1952년에 처음 페어에 등장했어요. 원래는 텍사스 작은 마을 백화점 위에 앉아 있던 대형 산타였다는 사실이 재밌죠.

2012년 10월 축제 막바지에 전기 화재로 불에 타 버렸고, 이듬해인 2013년에 새로 만들어졌어요. 다시 선 빅 텍스는 55피트로 예전보다 조금 더 커졌습니다.

불탔던 상징을 1년 만에 다시 세운 걸 보면, 이 사람들한테 페어가 어떤 존재인지 짐작이 가요. 저는 그 고집이 꽤 멋지다고 생각해요.

빅 텍스 뒤로 보이는 관람차는 텍사스 스타예요. 높이가 212피트이고 1985년 페어 때 처음 돌기 시작했어요.

빅 텍스는 축제가 끝나면 내려가지만 텍사스 스타는 1년 내내 페어 파크에 서 있어요. 평소에 근처를 지나가도 보이니까 일종의 동네 이정표 같은 느낌이죠.

그리고 이제 진짜 주인공, 튀김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 축제를 튀김 천국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시작은 콘도그였어요. 플레처 형제가 1942년부터 이 페어에서 옥수수 반죽을 입힌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거든요. 빅 텍스보다 10년이나 먼저인 셈이에요.

재밌는 건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이름도 콘도그가 아니었고,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고 해요.

지금은 플레처스 콘도그 줄이 페어의 풍경 그 자체가 됐어요. 머스터드 한 줄 쭉 짜서 들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아 여기가 텍사스구나 싶어요.

튀김 문화가 본격적으로 폭발한 건 2000년대 들어서예요. 2006년에 아벨 곤잘레스 주니어가 튀긴 코카콜라를 내놨는데, 그해 먹거리 경연에서 가장 창의적인 메뉴로 뽑혔어요.

콜라를 어떻게 튀기냐고요? 콜라 맛 반죽을 동그랗게 튀기고 그 위에 콜라 시럽과 휘핑크림을 올리는 방식이에요. 듣기만 해도 당이 올라오죠.

이 경연이 지금의 빅 텍스 초이스 어워드예요. 올해로 22번째였고, 8월에 우승 메뉴가 발표됐어요.

올해 결선에는 짭짤한 메뉴, 달콤한 메뉴, 음료 부문에서 각각 5개씩 총 15개가 올라왔어요. 맛, 가격 대비 가치, 비주얼, 창의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고 해요.

달콤한 부문 우승은 플레처스의 초콜릿 콘도그였어요. 밀크 초콜릿 퍼지를 그 유명한 콘도그 반죽에 담가 튀기고 바닐라 아이싱과 라즈베리 소스를 올린 메뉴예요.

80년 넘은 집이 아직도 새 메뉴로 상을 받는다는 게 저는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오래된 가게가 계속 실험하는 모습이 자기계발 책보다 더 자극이 되더라고요.

짭짤한 부문은 테이터 타코였어요. 치즈와 감자를 튀겨 만든 껍질에 다진 버거 패티를 채운 메뉴인데 가격이 16달러였어요. 솔직히 그 숫자를 보고 살짝 멈칫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입장료가 내려간 게 반가웠어요. 성인 기준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15달러, 금요일부터 일요일은 25달러였고 공식 주차도 하루 25달러로 5달러 낮아졌어요.

왜 다들 이 짧은 24일에 이렇게 열광할까 생각해 봤어요. 제 결론은 이 축제가 텍사스 사람들한테 가을을 여는 의식 같은 거라는 거예요.

더위가 한풀 꺾이고 처음으로 밖에서 하루 종일 걸어도 괜찮은 시기가 딱 이때거든요. 미식축구 경기, 가축 쇼, 자동차 전시까지 한 공간에 모여 있으니 세대가 섞일 수밖에 없어요.

한인 가족들도 많이 보여요. 아이들은 놀이기구 쪽으로 뛰어가고, 부모님들은 그늘에서 콘도그를 나눠 드시는 모습이 한국 가을 운동회랑 묘하게 닮았어요.

저처럼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꽤 좋은 하루 코스이기도 해요. 페어 파크 안을 이리저리 돌다 보면 걸음 수가 금방 쌓이니까, 튀김 한두 개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되죠.

물론 매일 먹을 음식은 아니에요. 1년에 한 번, 이 정도 핑계는 있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 분들은 내년 달력에 9월 마지막 금요일을 미리 표시해 두세요. 저라면 평일 저녁에 가서 콘도그 하나, 신메뉴 하나, 그리고 텍사스 스타 한 바퀴로 마무리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