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주의사당 1마일 계단이 세 개나 있는 진짜 이유 - Denver - 1

덴버 다운타운에서 금색 돔 보이는 건물 있잖아요, 콜로라도 주의사당이요. 거기 서쪽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한 칸에 멈춰서 사진을 찍습니다. 저도 처음엔 무슨 연예인 발자국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거기가 "해발 1마일" 지점이었습니다. 5,280피트, 덴버가 Mile High City라고 불리는 바로 그 이유죠.

근데 재밌는 건 그 표시가 한 칸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15번째, 18번째, 13번째 계단에 각각 1마일 표시가 따로 있습니다. 1마일이 세 개라니, 이거 완전 plot twist 아닌가요.

시작은 1909년이었습니다. 처음 공식 측량에서 1마일 지점이 15번째 계단으로 정해졌고, 거기에 표지판이 붙었어요.

문제는 그 표지판이 계속 사라졌다는 겁니다. 기념품으로 챙겨 가는 사람들이 있었던 거죠. 결국 1947년에 아예 돌에 "One Mile Above Sea Level"이라는 문구를 새겨버렸습니다.

훔쳐 갈 수 없으면 새기면 된다. 솔직히 이 해결책은 꽤 마음에 듭니다. 문제를 회의로 끌지 않고 끌로 끝낸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1969년, 콜로라도 주립대(CSU) 학생들이 다시 측량을 해봤더니 결과가 달랐습니다. 진짜 1마일은 세 칸 위, 18번째 계단이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거기에 황동 측량 표지가 박혔습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깔끔했겠죠. 하지만 2003년에 더 정밀한 측정이 나오면서 이번엔 13번째 계단이 1마일로 바뀌었습니다.

그해 9월 29일에 빌 오언스 당시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로키산맥 모양이 새겨진 새 황동 표지가 13번째 계단에 붙었어요. 위로 갔다가 다시 아래로, 계단이 거의 요요를 탄 셈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아니 그럼 예전 사람들이 다 틀린 거야?" 싶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핵심은 datum, 즉 높이를 재는 기준면입니다. 해수면이라고 다 같은 해수면이 아니고, 어떤 기준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계단의 높이 값이 달라져요.

1969년 표지는 NGVD29라는 예전 기준으로 잰 거였고, 2003년 표지는 지금 쓰는 NAVD88 기준이었습니다. 계단이 움직인 게 아니라 자가 바뀐 거죠.

미국 해양대기청(NOAA) 쪽 관계자도 비슷하게 설명했습니다. 예전 표지들도 설치 당시 기준으로는 다 맞게 놓인 거라고요.

그러니까 15번, 18번, 13번은 서로 틀린 답이 아니라 각자 다른 시험지의 정답인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계단 하나가 그대로 측량 기술의 연표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이 얘기, 올해 한 번 더 업데이트가 됐습니다. 네 번째 1마일이 나왔거든요.

NOAA 산하 국립측지조사국(NGS)이 새 국가 높이 기준을 준비하면서 다시 재봤더니, 이번엔 17번째 계단이 1마일 지점으로 확인됐습니다. 7월 측량에는 민간 측량 업체 팀도 백업 데이터를 위해 같이 참여했고요.

새 기준의 이름은 NAPGD2022입니다. NAVD88을 대체할 예정이고, GPS와 중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높이를 정의하는 방식이에요.

NOAA 쪽 설명으로는 예전엔 높이 차이 정확도가 대략 1피트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몇 센티미터 단위까지 내려온다고 합니다. 이게 단순히 관광 포인트 문제가 아니라 홍수 지도 같은 데 쓰이는 데이터라는 점이 포인트고요.

원래 계획은 콜로라도 주 150주년인 8월 1일 Colorado Day에 맞춰 새 표지를 올리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7월 현지 보도로는 정식 표지 설치가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해요.

그 사이 17번째 계단에는 NOAA 팀이 그은 매직펜 한 줄이 표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가 기준점이 Sharpie 한 줄이라니, 이건 좀 웃기면서도 인간적이에요.

정식 표지는 새 높이 기준이 공식 발효되는 시점 이후에 설치될 예정이고, 그게 2027년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일정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한 가지 더 재밌는 사실은 덴버가 미국에서 제일 높은 주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뉴멕시코 샌타페이와 와이오밍 샤이엔이 덴버보다 더 높아요. 이름값은 덴버가 다 가져갔지만요.

개인적으로 이 계단 이야기가 좋은 이유는 "틀렸으면 고친다"가 아주 담백하게 남아 있어서입니다. 예전 표지를 뜯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새 표지를 더하는 방식이요.

요즘은 뭐든 새 기준이 나오면 옛것을 지우고 싶어 하잖아요. 저는 이 계단처럼 기록은 남기고 데이터로 업데이트하는 쪽이 훨씬 어른스럽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걸 정부 예산 대형 프로젝트로 만든 것도 아니에요. 학생들이 재고, 측지조사국이 재고, 민간 업체가 백업 데이터를 보탠 결과가 그대로 계단에 쌓였습니다. 이런 건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지네요.

덴버 가시는 분들은 주의사당 서쪽 계단에서 13, 15, 18번째 계단을 직접 세어보세요. 운 좋으면 17번째 계단의 매직 자국도 보일지 모릅니다.

평일에는 무료 의사당 투어도 매시 정각에 있다고 하니 같이 들러보면 좋아요. 가이드분들도 요즘 "1마일 어디예요?"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라면 네 칸 다 밟고 사진 네 장 찍겠습니다. 어느 게 진짜냐고 물으면 답은 간단해요. 전부 진짜고, 그때그때 기준이 달랐을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