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렌트해서 살때 몰랐던 하우스의 장점이자 단점. 그렇죠. 정기적으로 깎아줘야 하는 풀밭이 딸려옵니다.
잔디밭. 처음엔 참 예뻐 보였죠. 초록초록하고, 햇살 아래서 반짝이고, 마치 광고 속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같습니다.
하지만 그 잔디가 자라는 속도를 보면, 금세 깨닫게 됩니다. 보기엔 편해보이기만 하던 잔지 깎아주는 일도 노동이구나.
제가 사는 곳은 시애틀 타코마지역입니다. 비가 워낙 자주 내리는 이동네는 잔디가 자라기에 천국이에요.
해는 적당히 들고, 비는 자주 오고, 기온도 온화하죠. 그러니까... 잔디 입장에서는 "완전 천국이네"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만히 두면 일주일 만에 수북하게까지 차오르다 한창 자랄 땐 2주만에 야외 캠핑장처럼 변합니다.
그래서 잔디깎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문제는 이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더 노동스럽다는 거죠.
한여름에 잔디깎기는 진짜 운동입니다. 언덕 있는 마당에서 무거운 기계 밀다 보면, 팔뚝 근육이 눈에 보여요.
무릎은 후들거리고, 등에는 땀범벅에.... 풀가루가 신발 안으로 들어오고, 바지는 풀물 들어서 연두색이 됩니다. 마트 가면 사람들이 농부인 줄 알아요.
전 처음에 수동으로 밀어서 깎는걸 샀어요. 일단 싸고 소리도 안 크고... 근데 한여름에 그걸로 밀고 있으면 후회막심 합니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는건 로봇 잔디깎기(Robotic lawn mower)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뭔가 편하게 느껴지죠? 요놈은 마치 로봇청소기처럼 마당을 알아서 돌아다니면서 풀을 쓱쓱 깎아줍니다.
설치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귀찮은데요, 먼저 마당 가장자리에 '경계선 와이어'를 땅에 묻거나 깔아서 로봇이 어디까지 깎을지 범위를 정해줘야 해요. 그리고 충전 스테이션도 설치해주면, 얘가 알아서 나가서 일하고 다시 충전하러 들어옵니다.
배터리 용량이 큰건 비싸지만 마당이 크다면 비싼걸 써야 배터리 용량이 다 커버됩니다. 내가 쓰는것은 저가형이라 적당하게 잔디깎아주면 내가 예초기로 손질 해주거나 두번 충전해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전기선 연결해서 쓰는것도 써봤는데 긴 전기줄 쓰는 건 진짜 스트레스예요. 줄에 걸려서 자꾸 멈추고, 뒤로 빠져야 하고 한두달 쓰다 남 줘버렸습니다.
잔디를 직접 깎는 대신 업체에 맡길 수도 있어요. 시애틀 지역 기준으로 한 달에 150불에서 250불 정도? 여름철 6개월 맡기면 천 불이 훌쩍 넘어요. 저는 한 달에 200불 넘게 주느니, 700불주고 구입한 로봇으로 해결중입니다.
잔디깎기는 하우스 살면서 얻게 되는 의외의 습관 같아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말만 되면 "이제 밀어야지" 하고 몸이 반응하거든요. 마치 밥 먹기 전에 손 씻듯이. 처음엔 귀찮고 짜증났지만, 지금은 그냥 사는 리듬의 일부가 됐어요.
힘들어도 깔끔하게 잔디가 정돈된 마당을 바라보면 아주 뿌듯해요.
하우스를 꿈꾸는 분들께 한마디 하자면, 집 사기 전에 잔디깎기 기계도 예산에 넣으세요. 안 그러면 여름마다 후회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