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루이지애나에 살고 있다. 여기서의 삶은 늘 뜨거운 햇살과 습기,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자연재해와 함께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기억 하나를 꼽으라면, 2021년도 앨라배마에서 직접 겪은 토네이도다.
당시엔 친구를 만나러 잠시 앨라배마 외곽 작은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그곳은 나무와 들판이 가득한 전형적인 남부 시골. 평소엔 조용하고 느긋한 마을이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정말 순식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하늘색이 숯가루를 뿌린듯 이상하다는 걸 처음 느꼈다.
그리고 바람이 평소보다 좀 더 날카롭다고 느끼긴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늘이 이상한 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회색과 녹색이 섞인 듯한 묘한 색감. 그 위로는 정적이 내려앉은 듯 모든 소리가 멎었다.
곧 사이엔이 울렸고, “토네이도 경보”라는 말에 모두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 가족과 함께 집 지하실로 몸을 피했고, 지하실 문을 닫기 직전, 수평으로 날아가는 빗줄기와 회색 먼지 구름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
마치 기차가 집 위를 지나가는 것처럼 우르릉 소리가 진동했다.
토네이도는 길어야 5~6분 정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마을의 반이 사라졌다.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나무는 뽑혀 쓰러져 있고, 창고는 날아가 버렸고, 지붕이 사라진 집들이 드러난 채 벌거숭이처럼 서 있었다.
전신주가 쓰러져 도로를 막고 있었고, 트럭 한 대는 옆집 마당에 꽂혀 있었다.
처음엔 말이 안 나왔다.
그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들에게는 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3명의 사망 소식
토네이도가 지나간 그날 밤, 현지 뉴스에서 전해진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3명이 숨졌고, 여러 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한 가족의 어머니가 있었고, 또 한 명은 토네이도에 휩쓸린 트레일러 안에 있던 노인이었다.
세 번째 희생자는 대피소로 가던 도중 나무에 깔려 사망했다는 이야기였다.
조용하고 따뜻했던 시골 마을이,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상처 입은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난 하늘을 더 자주 본다.
그 경험 이후,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구름의 색이 이상하면 괜히 불안하고, 바람이 유난히 세면 뉴스부터 확인한다.
루이지애나로 돌아온 후에도 날씨가 흐리면 마음 한켠이 조마조마하다.
무엇보다 알게 된 건, 토네이도는 절대 TV 속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몇 분이면 지나가’라는 말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도.
자연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토네이도는 그날 모든 걸 앗아간 게 아니라, 모든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얼마나 작고, 준비되지 않았으며, 하루하루의 평범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내가 겪은 앨라배마 토네이도는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단 5분의 회오리바람이 남긴 자국은, 내 마음 속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날 바람이 한 뼘만 다른 방향으로 불었다면 어땠을까.
그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만난 공포와, 사람들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토네이도 지역에 살고 있다면, 경보가 울릴 땐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대피하라.
그 몇 분이 생명을 지키는 시간이다.
나는 그걸 직접 보고, 느끼고, 살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