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판에 또 한 편의 블록버스터가 등장했다.
제목은 바로 'One Big Beautiful Bill Act', 줄여서 OBBBA.
이거 처음에는 BBB (Big Beautiful Bill )로 들었던거 같은데...
어찌됫든 이 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다.
마치 트럼프 스타일답게 자기 작품에 '크고'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붙인 것부터가 좀 과장 같지만.. 실제로 이 법안은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그 진원지엔 도널드 트럼프와 측근들 그리고 얼마전까지 오벌오피스에서 친형제 같이 브로맨스를 과시하던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일론 머스크, 두 '거물'의 대립이 있다.
미 상원을 27시간 동안 진통 끝에 통과한 OBBBA는 이름만큼이나 내용도 꽤 '화려'하다. 감세, 불법이민 단속, 국방력 강화 같은 트럼프표 정책이 총출동했고, 여기에 반도체 세액공제는 25%에서 35%로 확 늘어났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없애버렸고, 태양광·풍력 관련 독소조항은 막판에 빠졌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골든 돔' 미사일 방어시스템에까지 예산을 넣었고, 부채 한도도 무려 5조 달러 증액! 아, 물론 이 모든 걸 위해 저소득층 식품지원 예산과 메디케이드 예산은 1조2000억 달러 삭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 강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구호 같지만, 문제는 머스크가 이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테슬라 CEO인 그는 SNS에 "이거 통과되면 내일 '아메리카당' 만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바로 받아쳤다. "많은 걸 잃을 수 있다." 무슨 고등학교 동아리 회장 선거도 아니고... 두 거물이 미국의 미래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웃기고 한편으론 섬뜩하다.
나는 지금 미국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50대 한인 남성이다.
여기서 아이 키우고, 세금 내고, 집도 하나 샀고, 친구들도 다 이민자다. 솔직히 말해, 트럼프가 말하는 '강한 미국'이 이민자들한테는 늘 그리 반가운 말은 아니다. 예전에 "중국 바이러스" 운운하며 아시아계를 싸잡아 비하했던 그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 법안도 보면, 멕시코 장벽 세우고, 불법이민 단속 예산 늘리고, 이민자 구금시설 짓겠다는 거다. 우리 같은 이민자한테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겠지만, 뭔가 분위기가 싸해진다.
게다가 전기차 세액공제 없앤다니, 이건 현대차나 기아차 같은 우리 기업들에도 영향이 크다. 미국산 배터리만 인정하겠다는 건 결국 "우리끼리만 하자"는 뜻 아닌가? 글로벌 공급망, 기술 경쟁력 이런 거 다 뒤로 밀어두고 그냥 '내 땅 내 물건' 논리로 가자는 건데... 머스크가 왜 불만인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법안 덕분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혜택을 더 받을 수도 있다. 세액공제 35%면 솔직히 엄청난 유인이다. 미국 땅에 투자하고 공장 짓는 기업엔 좋은 소식이 될 수도 있다. 기대 반, 걱정 반. 딱 이 느낌이다.
재미있는 건 'AI 모리토리엄' 같은 조항은 결국 빠졌다는 것. 미국 각 주가 AI 인프라 예산 받으려면 규제를 10년 유예하라고 했던 조항인데, 이건 논란이 커서 결국 빠졌다. 다행인지 아쉬운지, 모르겠다. 지금 AI 기술은 날고 기는데, 정치권은 아직 수동 기어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니까.
결국 OBBBA는 트럼프식 '미국 재건 플랜'이자, 머스크 입장에선 '자유시장의 침해'다. 나 같은 보통 이민자한텐 그저 한쪽은 너무 옛날식이고, 다른 한쪽은 너무 미래에만 사는 느낌이다. 머스크는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고, 트럼프는 정책으로 미국을 바꾸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둘 다 가끔씩 너무 자기중심적이란 게 문제다.
그래도 이런 격렬한 논쟁이 있는 건 건강한 민주주의의 상징 아닐까? 트럼프가 뭐라 해도, 머스크가 뭐라 해도, 결국 국민이 선택하는 거다. 우리는 다만 그 사이에서 얼마나 더 지혜롭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
다음 주엔 하원에서 다시 법안이 논의된다고 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이 OBBBA가 단순한 경제 법안을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가 앞으로 어디로 가려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방향이, 우리 이민자들도 포함된 '크고 진짜 아름다운' 미국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