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필드 이사 왔다면 알아두세요, 공포의 Mixing Bowl - Springfield - 1

스프링필드에 처음 이사 오는 사람에게 제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Mixing Bowl 조심하세요." 처음 들으면 무슨 식당 이름 같습니다.

샐러드 파는 곳인가? 아닙니다.

I-95, I-395, Capital Beltway인 I-495가 한꺼번에 만나는 Springfield Interchange의 별명이 Mixing Bowl입니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한번 운전해보면 바로 이해됩니다.

차들이 오른쪽에서 들어오고 왼쪽으로 빠지고, 나는 워싱턴 DC로 가려고 하는데 어느 순간 Richmond 방향 표지판이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은 태연하게 말합니다.

"Keep left." 그런데 왼쪽 차선이 세 개입니다. "어느 왼쪽?" 고민하는 순간 뒤에서는 차가 밀려옵니다.

스프링필드 주민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겁니다.

처음 이곳을 지날 때는 정신이 없습니다. I-95를 타야 하는지 I-395를 타야 하는지, Local Lane인지 Express Lane인지 표지판을 계속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Mixing Bowl입니다.

실제로 이곳은 미국에서도 유명했던 교통 병목구간입니다.

과거 하루 40만 대가 넘는 차량이 통과할 정도로 교통량이 엄청났고 사고와 정체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뜯어고쳤습니다.

공사비만 약 6억7,600만 달러가 들어갔고 50개가 넘는 교량을 새로 만들거나 손봤습니다. 일부 구간은 차선을 엄청나게 늘렸습니다.

말 그대로 도로 위에 도로를 올리고 그 위에서 또 길이 갈라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쏟아부었다고 러시아워가 사라졌을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평일 아침 출근시간과 오후 퇴근시간에 들어가면 Mixing Bowl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까지 28분이라고 나옵니다.

잠깐 뒤에 34분. 조금 지나면 41분. 빨간색 도로가 점점 길어집니다. 이때부터 사람 마음도 빨개집니다.

스프링필드 이사 왔다면 알아두세요, 공포의 Mixing Bowl - Springfield - 2

특히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은 Express Lanes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습니다.

통행료가 실시간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을 보고 순간적으로 고민합니다.

"이걸 돈 내고 가?" 5분 뒤에는 생각이 달라집니다. "돈 낼게. 제발 여기서 꺼내줘."

그래서 이 지역에서 운전할 거라면 E-ZPass 하나 정도는 준비해두는 게 편합니다.

스프링필드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도로를 보는 감각도 조금 다릅니다.

거리가 15마일이라고 "20분이면 가겠네" 하지 않습니다.

먼저 시간을 봅니다. 오전 6시 30분인가? 7시 30분인가? 오후 4시인가?

같은 15마일도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됩니다.

Google Maps나 Waze 확인은 거의 생활 습관입니다. 출근 시간을 30분 앞당기거나 늦추는 것만으로 하루의 스트레스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새로운 지름길을 찾아보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Franconia Road도 타보고 작은 길도 들어가 보고 "오늘은 내가 Mixing Bowl을 이겨보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결국 깨달았습니다. Mixing Bowl은 이기는 곳이 아닙니다.

잘 피하거나, 받아들이거나, 돈 내고 Express Lane으로 도망가는 곳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몇 달 살다 보면 그렇게 복잡하던 도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내비게이션 없으면 집에도 못 갈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차선을 미리 바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때부터 진짜 스프링필드 주민이 된 겁니다.

스프링필드 생활 적응 시험이 따로 있다면 아마 1번 문제가 이거 아닐까요.

"오후 5시 30분, Mixing Bowl을 통과하시겠습니까?"

정답은 간단합니다. 가능하면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