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옛날 노래들이 더 깊게 다가온다.

아이들 둘 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했고,

조금은 여유가 생긴 중년의 시간 속에서,

나는 자주 팝송들을 즐기며 오래된 음악을 자주 듣는다.

며칠 전엔 라디오에서 이글스(Eagles)의 “Hotel California”가 흘러나왔다.

그 느릿한 기타 리프, 중독성 있는 후렴.

우리 학창 시절엔 거의 모든 미화 수업 시간의 배경음악이었던 그 곡.

그런데 오늘은 가사 한 줄 한 줄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아니, 낯선 만큼 더 의미심장했다.

“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Such a lovely place, such a lovely face…”

처음엔 밝은 환영처럼 들린다.

예쁘고 멋진 곳, 멋진 사람들.

그런데 가사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묘하게 바뀐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황량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밤이 되어 낯선 호텔에 들른다.

처음엔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매료된다.

하지만 점점 그곳이 빠져나올 수 없는 곳,

현실과 환상이 뒤엉킨 감옥 같은 공간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마지막 이 가사는 소름이 끼친다.

겉으로는 환대와 자유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벗어날 수 없는 중독, 타락, 또는 자기 기만.

어떤 해석은 이것을 1970년대 LA의 부와 쾌락, 락스타의 삶의 공허함.

혹은 미국 사회의 타락을 비판한 가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요즘 이 가사를 들으며 우리 인생의 어느 시점을 떠올린다.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삶,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듯한 가정, 화려한 일상.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우리는…

때때로 벗어나고 싶지만 나가지 못하는 감정의 호텔 안에 갇혀 있는 것 아닐까?

나이들 먹어가며 다시 들으니, 그 가사 속 외로움이 마치 우리들의 현실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공한 친구들도, 좋은 집과 가족을 가진 친구들도, 다들 속으로는 자기만의 Hotel California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곳은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때로는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간.

그렇다고 정말 나갈 용기는 나지 않는… 그런 복잡한 마음.

물론 삶은 아름답다.

우리에겐 가족이 있고,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늘 만족스럽다고는 못한다.

그게 중년의 현실 아닐까.

그래서 요즘엔 음악이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