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White Stag' 네온 사인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포틀랜드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은 이 사인은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오리건 사람들의 자부심 같은 존재입니다. 바로 윌러밋 강 위의 번사이드 다리 근처, 오래된 빌딩 옥상에 걸려 있는 그 하얀 사슴 모양의 네온 간판이죠. 낮에는 조용히 서 있지만, 밤이 되면 눈처럼 하얀 불빛으로 반짝이며 "Welcome to Portland, Oregon"이라는 문구를 밝혀 줍니다.

이 간판의 시작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음엔 'White Satin Sugar'라는 설탕 브랜드 광고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문구는 "White Satin Sugar"였고, 사슴 대신 네온 불빛으로 'sugar' 글자가 반짝였죠. 이후 1957년, 건물을 소유하던 White Stag 의류회사가 광고권을 인수하면서 사슴 모양이 새로 추가됐습니다. White Stag은 사냥과 스포츠웨어로 유명한 브랜드였기 때문에, 사슴은 그 회사의 로고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죠.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 간판을 단순히 'White Stag 사인'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포틀랜드 시민들은 이 간판을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도시의 상징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겨울이 되면 사슴의 코에 붉은 불빛이 켜지는데, 마치 루돌프처럼 반짝이며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렸죠. 이 빨간 코는 지금도 매년 12월이 되면 점등식을 통해 켜지고, 포틀랜드 사람들에게는 "아, 또 한 해가 저물고 있구나"라는 따뜻한 신호가 됩니다.

1980년대 이후, White Stag 브랜드가 이 건물을 떠나면서 간판의 운명은 불확실해졌습니다. 간판을 없애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포틀랜드 시민들이 강하게 반대했죠. "이건 우리 도시의 얼굴이야!"라는 여론이 모이면서 결국 시 정부가 개입했습니다.

1997년에는 'Made in Oregon'이라는 문구로 변경되어 오리건 주를 대표하는 기념품 브랜드 광고로 사용되었고, 사슴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포틀랜드라는 이름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을 느꼈고, 결국 2010년에 드디어 지금의 문구인 "Portland Oregon"으로 바뀌게 되었죠. 그리고 그해, 이 사인은 공식적으로 '포틀랜드의 역사적 문화유산(Portland Historic Landmark)'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의 White Stag 사인은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시각적 아이콘일 뿐 아니라, 오리건 사람들의 공동 기억을 담고 있는 상징물이기도 합니다. 여행객들이 이 사인을 보기 위해 밤마다 다리 근처에 모이고, 인스타그램에는 #WhiteStagSign, #PortlandOregon 해시태그가 수없이 달립니다.

포틀랜드의 화려한 빌딩이나 트렌디한 카페들이 아무리 늘어나도, 이 사슴 네온사인은 여전히 가장 '포틀랜드다운'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