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거탑’ 신병으로 사랑받았던 이용주 별세…너무 이른 44세 - Los Angeles - 1

배우 이용주 사망 소식을 보고 한동안 멍했다. 향년 44세라고 한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다.

나도 이제 45살이다. 거의 같은 나이다.

그래서인지 유명 연예인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80 넘은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면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되는데, 나와 비슷한 나이인데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기분이 묘하고 충격도 컸다.

이용주라는 배우를 처음부터 이름으로 기억했던 것은 아니다. 내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건 역시 '푸른거탑'이다.

미국 LA에 살면서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찾아보던 시절에 푸른거탑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군대를 소재로 만든 코미디인데 이상하게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됐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저런 사람 진짜 있었는데" 싶은 장면도 많았고, 군대라는 답답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과장해서 보여주는 게 정말 웃겼다.

그중 이용주가 연기했던 신병 캐릭터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눈치 없는 것 같으면서도 천연덕스러운 모습이 있었다.

일부러 웃기려고 힘을 주는 연기가 아니라 정말 저런 신병이 부대에 들어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푸른거탑 이야기가 나오면 이용주 얼굴이 바로 떠오른다.

그런데 이번에 기사를 찾아보다가 '막돼먹은 영애씨'에도 나왔다는 걸 보고 또 기억이 났다.

그 작품에서 연세대를 나오고 토익 900점이 넘는 스펙을 가진 남자로 등장했던 모습이다.

좋은 대학에 좋은 영어 점수까지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 인물을 연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용주라는 배우가 이런 생활형 캐릭터를 참 자연스럽게 연기했던 것 같다.

1982년생인 이용주는 모델 출신으로 2004년 영화 '도마 안중근'의 단역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화려한 톱스타는 아니었지만 이런 배우들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고, 등장하는 순간 그 작품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배우들 말이다.

이용주도 그런 배우였던 것 같다.

빈소는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31일 오전 6시 30분으로 알려졌다.

44세. 다시 생각해도 너무 젊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어제까지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이런 뉴스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푸른거탑에서 어리숙한 표정으로 나타나 웃음을 주던 신병 이용주.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현실에 있을 법한 평범한 남자를 연기했던 이용주.

이제 새로운 작품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