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운타운 멀베리 스트리트를 지나다 보면 청록색 문이 줄지어 선 낡은 2층 모텔이 갑자기 나타납니다. 그 앞에 커다란 간판이 서 있고, 2층 난간 한쪽에는 하얀 화환이 걸려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여기가 박물관이라는 걸 바로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이곳이 로레인 모텔입니다. 1968년 4월 4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306호 앞 발코니에서 총에 맞은 자리죠. 지금은 국립 민권 박물관(National Civil Rights Museum)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건물을 볼 때마다 한 가지가 궁금했습니다. 비극의 현장이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박물관으로 남았을까.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굴곡이 많은 이야기였습니다.
건물의 시작은 1920년대 윈저 호텔입니다. 1945년 마케트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고, 같은 해 흑인 사업가 월터 베일리가 이 건물을 사들였습니다.
베일리는 아내 로리(Loree)의 이름과 노래 Sweet Lorraine에서 따와 로레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1955년에는 호텔 동쪽에 객실 16개짜리 2층 모텔 건물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진으로 아는 그 외관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짐 크로 시대 남부에서 흑인 여행자가 묵을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로레인은 흑인 운전자용 안내서인 그린북에 실린 숙소였습니다. 사업적으로 보면 차별 때문에 생긴 빈틈을 정면으로 채운 셈이죠.
음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근처 스택스 레코드가 찾아온 아티스트들을 이곳에 묵게 했고, 레이 찰스와 아레사 프랭클린, 오티스 레딩 같은 이름이 투숙객 명단에 오르내립니다.
윌슨 피켓의 In the Midnight Hour가 이 모텔 방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블루스와 소울의 도시라는 말이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1968년 4월 4일 저녁이 옵니다. 청소 노동자 파업을 지원하러 온 킹 목사가 발코니에 나섰다가 저격당했습니다.
비극은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교환대를 맡던 공동 운영자 로리 베일리는 총소리를 들은 뒤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킹 목사의 장례식 날인 4월 9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월터 베일리는 306호를 더 이상 손님에게 내주지 않고 추모 공간으로 비워 두었습니다. 옆방 307호는 아내를 기리는 방으로 남겼습니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동네가 쇠락하면서 모텔도 함께 기울었습니다. 1982년 4월, 베일리는 14만 달러 건설 대출을 갚지 못했고 건물은 압류됐습니다.
여기서 지역 인사들이 나섰습니다. 마틴 루서 킹 멤피스 기념 재단이 경매에서 14만 4천 달러를 써내 건물을 낙찰받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놀랄 만큼 작은 금액입니다.
순탄하게 박물관으로 넘어간 건 아닙니다. 모텔에서 일하며 11년을 살아온 마지막 세입자 재클린 스미스가 퇴거를 거부했습니다.
그녀는 1988년 3월 2일 강제로 끌려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길 건너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스미스의 주장은 분명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다 간 사람을 기린다면서 가난한 세입자를 내쫓는 게 말이 되느냐, 그 돈을 주거와 일자리에 쓰라는 것이었죠. 그녀는 이 시위를 30년 넘게 이어왔습니다.
저는 박물관이 생긴 게 옳았다고 보는 쪽입니다. 그래도 스미스의 질문은 쉽게 넘길 수 없습니다. 기억을 보존하는 일과 지금 사는 사람의 삶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둘지, 이 도시는 아직도 답을 찾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은 1991년 7월 4일 문을 열었고, 같은 해 9월 28일 공식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압류 이후 9년 만이었습니다.
1999년에는 길 건너 영 앤 모로 빌딩까지 인수했습니다. 저격범이 총을 쐈다고 지목된 하숙집이 있는 건물입니다. 2002년 9월 이곳에 1만 2,800제곱피트 규모의 전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2012년 11월에는 아예 문을 닫고 2,750만 달러를 들여 리노베이션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 4월 5일 다시 열면서 40편이 넘는 영상과 구술 기록, 인터랙티브 전시가 더해졌습니다.
테크 쪽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리노베이션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연표를 벽에 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몽고메리 버스 복제품에 직접 올라 보고 구술 기록 영상을 보게 만들었거든요. 기억을 전달하는 방식도 결국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걸 보여 줍니다.
그래도 이곳의 중심은 여전히 306호입니다. 전시의 마지막 동선은 그 방 앞 유리창으로 이어집니다. 침대와 재떨이, 먹다 만 커피잔까지 1968년 그날처럼 놓여 있습니다.
발코니 아래 주차장에는 그 시절 자동차들이 서 있습니다. 화려한 연출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서 있게 됩니다.
이 박물관은 미국박물관연합 인증을 받은 상위 5퍼센트 기관에 든다고 합니다. 압류된 모텔이 14만 4천 달러 경매를 거쳐 여기까지 온 걸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저는 이 과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누군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방을 비워 둔 주인, 경매에 뛰어든 재단, 반대편에서 끝까지 질문을 던진 세입자까지요.
혹시 손님이 오면 바비큐집보다 여기를 먼저 데려가 보세요. 미시시피강 산책로에서도 멀지 않으니 하루 코스로 묶기 좋습니다.
관람 시간과 입장료는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꼭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저라면 해 질 무렵에 가서, 마지막으로 그 발코니를 한 번 올려다보고 나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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