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새벽에 텍사스 커 카운티(Kerr County) 그리고 케르빌(Kerrville)지역에 쏟아진 폭우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강수량"이었다라고 CNN에서 보도했다.
이런 표현, 요즘 들어 너무 자주 듣는 듯하다.
'100년에 한 번', '기후 재난 수준'... 하지만 이번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금까지 59명 사망과 11명 실종이라는 슬픈 현실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여름 캠프에 참가 중이던 어린이들, 특히 미스틱 캠프(Mystic Camp)에 머물던 여학생들이었다.
실종된 11명의 여학생들은 대부분 8세에서 13세 사이. 그들의 분홍색 이불이 진흙에 뒤덮인 채 나뒹구는 뉴스 화면을 보는 순간, 나는 화면을 멈춘 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큰아이는 중학생이고, 작은아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캠프 시즌이면 나도 늘 비슷한 생각을 한다.
"재밌게 놀고 오겠지. 전화 잘 받고, 밥 잘 먹고."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밤사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부모 누구도 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잔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잔인한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이 지역은 사실 예전부터 "급류 플래시 플러드(flash flood)"로 유명한 곳이다.
1987년에도 청소년들이 탄 교회 버스가 다리를 건너다 물에 휩쓸려 10명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
하지만 2024년인 지금,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발전된 기술과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그 많은 구조 인력과 장비를 두고도 이런 피해가 생긴걸까?
물론 이번 비는 '100년에 한 번' 수준이 맞다. 하지만 이젠 그런 비가 '매년 한 번' 올 가능성도 생겼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예전의 기준, 예전의 안전 매뉴얼은 이제 무력한 낡은 종이 조각일지도 모른다.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7월 6일을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한 기도의 날'로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멜라니아와 나는 이 참사로 피해를 입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 말들은 물론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건, 기도 뒤에 따라야 할 실질적인 변화다.
슬픔은 반드시 교훈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캠프 시즌에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다녀와, 재밌게 놀다 와"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