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 옷장 문을 열었다가 한참 서 있었어요. 반팔은 아직 앞줄에 걸려 있고, 니트는 박스에 갇혀 있고, 그 사이에 정체불명의 옷들이 빽빽하더라고요.
10월 둘째 주에도 낮 기온이 90도 초반까지 오른다는 예보가 나왔죠. 지역 방송 예보로는 평년보다 10도 정도 높은 더위였다고 해요.
그러니 옷장 교대식을 언제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거예요. 남부의 가을은 꼭 약속 시간을 한참 넘겨서 도착하는 손님 같아요, 오긴 오는데 언제 올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이번엔 그냥 정리만 하지 말고, 진짜 안 입는 옷을 골라내 보기로 했어요. 쓴 방법은 옷걸이 뒤집기예요.
방법은 엄청 단순해요. 옷장에 걸린 옷걸이를 전부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겁니다. 고리가 평소엔 앞쪽을 보고 있다면, 이번엔 벽 쪽을 보게 거는 식이에요.
그리고 그 옷을 실제로 입고 나갔다가 다시 걸 때만 옷걸이를 원래 방향으로 돌려놓아요. 거울 앞에서 입어 보기만 한 건 안 쳐요.
몇 달 지나서 보면 아직도 뒤집힌 채로 남은 옷걸이가 보이거든요. 그게 바로 내가 손도 안 댄 옷들이에요.
이 팁은 정리 전문가 피터 월시가 널리 알린 걸로 유명해요. 미국 정리 프로그램 Clean Sweep에 나왔고 It's All Too Much라는 책도 쓴 사람이에요.
월시는 사람들이 옷의 20퍼센트를 80퍼센트의 시간 동안 입는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정확한 통계라기보다는 경험칙에 가까운 말이지만, 제 옷장을 보면 반박하기가 어렵네요.
이 방법이 좋은 이유는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판단하게 해 준다는 점이에요. 머릿속에선 다 입는 옷 같거든요. 특히 비싸게 주고 산 옷일수록 내가 자주 입는다고 착각하기 쉬워요.
"이거 지난달에 입었는데?" 싶은 옷도 막상 옷걸이를 보면 그대로 뒤집혀 있어요. 솔직히 좀 찔렸어요.
옷걸이 종류가 섞여 있으면 먼저 한 종류로 맞춰 두는 것도 추천해요. 세탁소 철사 옷걸이와 두꺼운 플라스틱 옷걸이가 섞여 있으면 방향이 한눈에 잘 안 들어오거든요.
환절기에 시작하면 더 편해요. 여름옷을 정리하면서 지금 걸어 둘 가을옷 옷걸이를 전부 뒤집어 두면 되니까요.
제가 정한 기간은 한 시즌이에요. 이번 가을과 초겨울 동안 한 번도 안 돌아간 옷걸이는 내년 봄 정리 때 후보로 올려요.
다만 예외는 둬야 해요. 결혼식용 정장, 장례식용 검은 옷, 일 년에 며칠 안 오는 진짜 추운 날 코트 같은 건 뒤집혀 있어도 당연한 거예요.
이런 옷은 아예 옷장 한쪽 끝에 따로 모아 두고 실험에서 빼는 게 나아요. 안 그러면 버리지도 못하고 괜히 죄책감만 생겨요.
후보가 모이면 바로 버리지 말고 한 번 더 물어보세요. 지금 매장에서 이 옷을 보면 같은 가격에 다시 살까 하고요. 망설임 없이 고개가 저어지면 그게 답이에요.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보낼 곳을 정하면 돼요. 저는 상태 좋은 건 동네 St. Vincent de Paul 같은 중고 매장에 기부하는 편이에요.
기부처마다 받는 물건과 상태 기준이 달라요. 얼룩이나 늘어난 옷까지 받는지는 가기 전에 매장에 확인하는 게 좋아요.
그냥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면 어떨까 싶겠지만, 그 숫자가 꽤 커요. EPA 자료를 보면 2018년 미국에서 생활폐기물로 나온 섬유류가 1700만 톤이었어요.
그중 매립지로 간 섬유류는 1130만 톤이었고요. 매립된 생활폐기물 전체의 7.7퍼센트를 차지하는 양이에요.
같은 해 섬유류 재활용률은 14.7퍼센트였어요. 처음 보고 이게 이렇게 낮나 싶어서 두 번 읽었어요.
숫자로 보니까 옷 한 벌 사는 일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정리는 결국 다음 쇼핑을 덜 후회하게 만드는 연습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버리기 전에 기부, 친구 나눔, 재활용 수거함 순서로 생각해 보려고 해요. 완벽하진 않아도 매립지로 가는 양을 조금은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해 보니까 의외의 효과도 있었어요. 옷을 고를 때 뒤집힌 옷걸이에 자꾸 손이 가는 거예요.
잊고 있던 카디건을 다시 꺼내 입게 되더라고요. 버릴 옷을 찾으려던 게 오히려 숨은 옷을 찾아 준 셈이에요. 여우가 겨울 먹이를 숨겨 둔 자리를 다시 기억해 낸 기분이랄까요.
그런데 이것도 너무 엄격하게 하면 피곤해져요. 옷걸이 돌리는 걸 깜빡하는 날도 있으니 대충 감으로 보정하면 돼요. 세탁기에서 꺼낸 옷을 바로 걸 때가 제일 자주 까먹는 순간이에요.
저는 옷장 문 안쪽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시작한 날짜만 작게 적어 뒀어요. 언제부터 셌는지 까먹지 않으려고요. 이런 소소한 장치가 의외로 오래가게 해 줘요.
쫀득한 찹쌀떡도 너무 많이 쌓아 두면 굳어 버리잖아요. 옷도 비슷한 것 같아요, 손이 가는 것만 남겨야 말랑하게 쓰여요.
이번 주말에 쌀쌀한 바람이 좀 불면 박스 속 니트까지 꺼내서 옷걸이를 마저 뒤집어 볼 생각이에요. 내년 봄에 몇 개가 남아 있을지, 조금 무섭고 조금 궁금해요.

LuckyTiger

choi family | 
돈되는거 뭐 있을까? | 
road98 | 
Baguette Blog | 
칸영화 블로그 제작소 | 
cherrydino | 

ORAVEZIN 오빠 | 
berrypup | 

미국살면서 총기관련 궁금한거 |
Shoot Me |
mochifox |
zucchini |
Anna Life |
신나는 에프엠 라디오 |
pet dog |
toodin |
Rosed |
DeArizona Blog |
river9 |
College Mom |
Pronunciation Yo |
nuvex11 |
플로리다에서 살리라 |
axelon47 |
Mama Mia |
텍사스 빽다방 마담 |
Scade Studio |
love y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