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데 카지노도 복권도 없다? 유타주가 도박에 엄격한 이유 - Salt Lake City - 1

유타에 살다 보면 다른 주에서 온 사람들이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여기는 카지노가 어디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카지노는커녕 주정부 복권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이렇게 도박에 엄격한 주가 흔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궁금했습니다. 네바다는 바로 옆인데 유타는 왜 이렇게까지 다른 걸까 싶었지요.

알고 보면 유타의 역사와 종교 문화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유타는 1800년대 중반부터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흔히 우리가 몰몬교라고 부르는 LDS 교회 신자들이 대규모로 정착하면서 발전한 곳입니다. 지금도 솔트레이크시티에 교회 본부가 있고 유타의 생활문화에도 LDS의 영향이 상당히 남아 있습니다.

LDS 교회는 도박을 아주 분명하게 반대합니다. 카지노뿐 아니라 복권이나 스포츠 베팅 같은 것도 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적은 노력으로 큰돈을 얻으려는 생각이 근면과 절약을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생활과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타에 도박이 없는 것을 단순히 "몰몬교 때문에 그렇다"고 한마디로 말하면 조금 지나친 설명이지만, 역사적으로 유타의 강한 금주·절제 문화와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LDS 문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유타 헌법에도 주 의회가 우연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이나 복권을 허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주처럼 카지노를 허가하거나 주정부가 로또를 판매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겁니다.

그렇다고 유타 사람들이 모두 도박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카지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 경계를 넘어 네바다로 갑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West Wendover NV 입니다.

미국인데 카지노도 복권도 없다? 유타주가 도박에 엄격한 이유 - Salt Lake City - 2

I-80을 타고 서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유타와 네바다 경계 너머에 카지노 호텔들이 나타납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약 120마일 정도 떨어져 있어서 자동차로 두 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솔트레이크 지역에서 놀러 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호텔에서 하루 자고 토요일에 돌아오기도 하고, 아침에 출발해서 몇 시간 놀다가 당일에 돌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 경계를 하나 넘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유타에서는 슬롯머신 하나 보기 어려운데 네바다로 넘어가면 갑자기 카지노 간판과 호텔 불빛이 보입니다. 미국이라는 같은 나라 안에서 이렇게 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한인들 사이에서도 카지노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그냥 여행 가서 정해놓은 돈으로 몇 시간 재미있게 놀고 오는 정도라면 개인의 취미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꾸 잃은 돈을 되찾으려고 다시 가기 시작할 때입니다.

처음에는 100달러만 쓰겠다고 갔다가 돈을 잃으면 200달러를 더 쓰고, 다음 주에 다시 가서 본전을 찾겠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카지노가 무서운 것이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카지노에 가더라도 여행비 쓰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오늘 100달러를 쓰기로 했다면 그 돈을 잃었을 때 끝내는 겁니다. ATM에서 돈을 더 찾거나 다음 판에서 되찾겠다고 버티기 시작하면 재미가 아니라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유타에 카지노가 없는 것은 단순히 법 하나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유타라는 주가 만들어진 역사, LDS 교회의 강한 영향, 근면과 절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문화, 그리고 도박을 좋지 않게 보는 사회 분위기가 오랫동안 함께 쌓여 지금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두 시간 정도만 달리면 네바다 카지노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두 시간이 유타와 네바다의 문화 차이를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는 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