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크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여기는 박물관 같은 게 있기는 한가?" 싶었어요.
워싱턴 DC야 스미스소니언부터 유명한 박물관이 줄줄이 있으니까 비교 자체가 안 되잖아요.
버크는 그냥 집 많고 공원 많고 조용한 동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그런데 살다 보니 꼭 크고 화려해야 볼거리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주변을 조금만 찾아보면 작지만 재미있는 곳들이 숨어 있습니다.
제가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한 곳이 Fairfax Station Railroad Museum이에요.
버크 바로 옆 Fairfax Station에 있는데 정말 옛날 동네 기차역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아요. 그래서 여기만 보겠다고 한 시간씩 운전해서 찾아올 정도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남북전쟁 이야기가 들어가면서 재미있어집니다.
미국 적십자로 유명한 Clara Barton이 남북전쟁 당시 이 지역에서 부상병들을 돌봤던 역사가 남아 있거든요.
그냥 오래된 기차역인 줄 알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알고 보면 건물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아이 데리고 가서 "옛날에는 여기로 기차가 다녔대" 하면서 둘러보기에도 좋고요.
일요일 오후에 잠깐 들렀다가 주변에서 밥 먹고 들어오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조금 더 제대로 된 지역 박물관을 보고 싶다면 Fairfax Museum and Visitor Center도 있습니다.
1873년에 지어진 옛 학교 건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입장료가 무료라 부담 없이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Fairfax 지역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볼 수 있고 관광 안내소 역할도 같이 합니다.
이런 데가 좋은 게 사람이 바글바글하지 않다는 겁니다. 나이 드니까 저는 그것도 장점이더라고요.
주차하는 데 30분, 줄 서는 데 40분, 들어가서 사람 구경만 하다가 나오는 곳보다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 오히려 편합니다.
Lorton 쪽으로 가면 Workhouse Arts Center도 있습니다.
여기는 더 특이해요. 예전에 교도소로 사용되던 시설을 예술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지금은 갤러리와 작업실, 공연 공간 등이 들어서 있어서 옛 건물과 현대 예술이 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Springfield 쪽의 Laurel Grove School Museum도 기억해둘 만합니다.
과거 흑인 학생들이 다녔던 분리학교 건물을 보존한 곳이라 미국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인종분리라는 역사가 실제 동네의 작은 학교 건물에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버크 주변에는 "이것 보러 미국까지 왔습니다" 할 정도의 거대한 관광시설은 없습니다. 대신 오래 살면서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할 일 없을 때 "우리 오늘 저기나 한번 가볼까?" 하고 나갔다가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사진 몇 장 찍고오는 그런 곳들이죠.
결국 동네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마트와 병원밖에 안 보이는데 오래 살다 보면 오래된 기차역도 보이고, 작은 박물관도 보이고, 그 동네가 지나온 시간까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버크도 알고 보면 그냥 조용한 주택가만 있는 동네는 아니더라고요.

쌈장외계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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