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 보면 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자동차 없이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이민자들이 고민 끝에 내리는 결정 중 하나가 바로 ‘리스(Lease)’로 차를 타는 것이다.

리스는 겉보기에 아주 매력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매달 납부금이 저렴하다."
"신차를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몇 년 후엔 새로운 차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깔끔해 보이는 이 계약이, 실제로는 수많은 함정과 낭패를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

리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한 계약서 한 장이, 몇 년간 당신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

리스 광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월 납부금’이다.
$299/month, $349/month 같은 숫자는 매우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현금 여유가 많지 않은 이민자에겐 리스가 마치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초기 납입금(down payment)과 세금, 수수료가 숨어 있다.

게다가 이 금액은 기본 마일리지 조건(보통 연 10,000~12,000마일)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출퇴근 거리가 길거나 여행이 잦은 경우, 이 기본 마일리지는 금방 초과하게 된다.

초과 마일당 25~30센트씩 추가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연간 5,000마일만 초과해도 3년 뒤 반납 시 $4,500 이상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차량 손상에 대한 과도한 비용 청구

리스 차량은 ‘빌려 타는 차’이기 때문에, 반납 시 차량 상태를 엄격하게 점검받는다. 한국에선 차에 조금 흠집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지만, 미국의 리스 계약에서는 작은 문콕이나 휠 스크래치도 비용 청구 대상이다.

문제는 이 수리 비용이 제조사 기준으로 과도하게 책정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휀더의 작은 찍힘 하나가 $400, 실내 오염으로 $300이 청구되기도 한다.

리스 반납 시즌이 되면 중고차 딜러들이 “우리가 수리해줄게요”라고 접근하는 이유도, 이 시스템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도 해지 시 막대한 위약금

리스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 24개월, 36개월, 39개월 등. 문제는 그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리스를 해지해야 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이사를 가거나 갑작스러운 소득 감소, 건강 문제 등으로 차를 더 이상 탈 수 없는 상황이 생겨도 리스는 쉽게 해지할 수 없다. 계약서를 보면 알겠지만 중도 해지 위약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은 리스 잔액을 모두 한꺼번에 청구당할 수도 있다.

일부는 "차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된다"고 말하지만, 리스 승계는 조건도 까다롭고 잘 진행되지 않는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차량을 계속 유지하거나 큰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소유권이 없는 차,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니다'

리스차는 법적으로 내 것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내가 몰고 다니는 차지만, 서류상 차주는 제조사(또는 금융사)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대로 꾸밀 수도 없고, 원하는 타이밍에 팔 수도 없다.

반면 할부(financing)로 차를 구매하면 매달 돈을 내는 건 같지만, 마지막 납부가 끝나면 차량은 온전히 내 소유가 된다. 리스는 매달 돈을 내도 결국 ‘반납’해야 하는 구조다. 이 점을 모르고 리스를 반복하다 보면 수년간 수만 달러를 지불하고도 차 한 대 남지 않는 상황에 처한다.

보험료가 높다

리스 차량은 대부분 풀커버리지 보험(Full Coverage)이 요구된다.

자차 보험(Collision), 대인/대물 보험(Liability), 대물상해보험(Comprehensive)까지 모두 포함해야 하며, 리스 회사가 정한 최소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이로 인해 보험료는 소유 차량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특히 2030대 초반 이민자들이나 운전 경력이 짧은 경우, 보험료만 월 $250$400을 넘기기도 한다.

리스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단기 체류 예정이거나, 차량 유지관리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경우, 매 2~3년마다 신차를 타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합한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리스는 ‘소유’가 아니라 ‘임대’라는 본질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민자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삶의 필수품이다.

그만큼 차량 계약은 신중해야 한다. 리스의 이점만 보고 서명했다가, 몇 년 뒤 거액의 벌금과 위약금,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결과에 낭패를 보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지금 리스를 고려 중이라면, 계약서의 작은 글씨까지 읽고, 보험과 유지비까지 계산하고, 본인의 운전 패턴과 생활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당장 부담은 적지만, 결국 더 비싼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걸 알았다면, 최소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