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에서 어떤 미국 남자가 "너 게이야?"라고 상대방에게 물었더니 "나는 아이다호 출신이야"라고 대답하더군요.

그게 무슨뜻인가 생각해 보니까 단순히 "난 아이다호에서 왔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말에는 "내가 게이냐는 질문은 나랑 거리가 멀다"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미국에서 아이다호는 굉장히 보수적인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다호의 초기 정착민 중에는 아이리쉬(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1860년대 금광 붐이 일어나던 시기에, 아이다호 지역의 광산촌으로 많은 아이리쉬 광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철도 건설과 광산 노동에 종사하며 지역 경제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당시 아이다호는 험준한 지형과 거친 자연환경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공동체 정신을 가진 아이리쉬 노동자들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 가톨릭 신앙을 중심으로 교회를 세우고 지역사회에 정착하면서, 종교적 네트워크와 가족 중심 문화를 확산시켰습니다. 이들은 거친 산악지대와 강을 따라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며 공동체 중심의 삶을 꾸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자급자족 문화가 강했고, 교회와 학교가 마을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검소하고 근면하게 살아가는 생활 태도는 오늘날까지 아이다호 사람들의 가치관에 남아 있습니다.

현재 아이다호 주는 정치적으로 공화당 지지자가 많고, 전통적인 가족 가치나 종교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실용적인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다호 출신이야"라는 말은 "나는 그런 문화랑은 좀 달라"라는 의미로 들릴 수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이런 지역 이미지를 통해 서로의 성향을 유추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텍사스 출신이야"라고 하면 남자다운 이미지, "나는 캘리포니아 출신이야"라고 하면 자유롭고 개방적인 성향을 떠올리죠. 아이다호는 그중에서도 '보수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실제로 아이다호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이 된 뒤에도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성소수자 관련 법도 늦게 생겼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나는 아이다호 출신이야"라는 대답은 "그런 질문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라는 말을 재치 있게 돌려 말한 유머 섞인 방어라고 보면 됩니다.

아이다호는 미국에서도 꽤 보수적인 곳이지만, 요즘은 수도 보이시 같은 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 전체 분위기로 보면 여전히 전통적 가치가 강한 곳입니다.

누가 너무 전통적이거나 고집이 세면 "너 아이다호 출신이지?"라고 농담하기도 하고, 스스로 "나는 아이다호 출신이야"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런 유행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라는 의미로 쓰기도 합니다.

한국사람들은 아이다호 주에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보수적인 지역의 하나라고 기억해 두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