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시(Boise)의 남쪽 공항 근처 군 비행장처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다호의 자부심이 담긴 'Gowen Field Military Heritage Museum', 이 있습니다. 이곳은 아이다호의 군사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처음 이름만 들었을 때는 전쟁기념관 정도로 생각했는데 가보니까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이 지역에서 복무했던 사람들의 삶이 전시된 곳이더군요.
뮤지엄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빼곡하게 정리된 수준 높은 전시로 가득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시된 항공기 모형들과 실제 전투 장비입니다. F-4 팬텀 전투기 하나 있는데 60년대 한국이 월남천 참전해서 공여받아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한 전투기로 생각보다 엄청 큽니다. 그리고 역시 한국에서 아직도 미군 현역인 A-10 썬더볼트, 그리고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실물 크기 엔진과 부품이 눈앞에 펼쳐져 있죠.
박물관 중앙에는 아이다호 공군의 기원이 된 제 25 전투비행단(25th Fighter Squadron)의 역사가 사진과 함께 정리되어 있고, 벽에는 현역 및 예비군 병사들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코너였습니다. 당시 Gowen Field는 미 공군의 주요 훈련기지 중 하나로, 수천 명의 파일럿과 정비병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합니다. 낡은 조종석, 손때 묻은 훈련복, 그리고 당시 병사들의 편지와 일기가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한 구석에는 실제로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 벽이 있습니다. 그걸 보니 이곳에서도 한국까지 가서 돌아가신 분들생각에 숙연해 졌습니다.

한쪽에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관련 전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낡은 철모, 군화, 그리고 야전 식기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특히 한국전 당시 아이다호 출신 참전 용사들의 기록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Freedom isn'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전시관 벽면에 적혀 있었는데, 그 한 문장이 이곳의 의미를 압축한 듯했습니다.
전쟁 장비 전시관을 지나면 좀 더 현대적인 구역이 나옵니다. 이곳에는 걸프전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의 기록과 함께 최신 군 장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드론 조종 시스템, 방탄 장비, 야간 투시경 등 실제 현장에서 사용된 물품들이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흥미롭게 둘러보게 됩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의 전시품은 실제 아이다호 주 방위군(Idaho National Guard)에서 기증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Gowen Field Museum의 또 다른 매력은 자원봉사자들입니다.
대부분이 예비역 군인들이라 전시를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분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분이었는데, 당시 헬리콥터 조종사로서 겪었던 순간들을 생생하게 들려주시더군요.

박물관을 둘러본 뒤에는 야외 전시장으로 나가봤습니다. 넓은 잔디밭 위에는 실제 크기의 군용기와 탱크, 헬리콥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B-25 폭격기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얼마나 크던지 그 웅장함은 여전했습니다. 아이들은 그 주변을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고, 어른들은 조용히 기체 표면을 쓰다듬으며 각자의 생각에 잠깁니다.
이곳의 분위기는 조용하면서도 경건합니다. 음악도, 화려한 장식도 없지만, 전시 하나하나가 전쟁의 무게와 인간의 용기를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박물관을 나서며 입구에 걸린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Remember the past, honor the heroes, and protect the future." (과거를 기억하고, 영웅을 존경하며, 미래를 지켜라.) 이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돌아가는 길 비행장 위로 공군기가 훈련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엔진 소리가 잠시 박물관에서 느꼈던 감정과 겹치면서 묘한 울림을 주더군요. 화려하진 않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곳, 그리고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간, Gowen Field Military Heritage Museum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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