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따뜻하지, 텍사스라 주 소득세 없지, 큰 도시치고 집값도 그럭저럭 감당할 만하지, H-E-B는 동네마다 있고, 음식 맛있고, 사람들도 대체로 친절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좋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자꾸 이상하게 하는 느낌이다.
가장 먼저 집값이다.
예전 샌안토니오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저렴한 주거비였다. 휴스턴이나 댈러스보다 싸고, 캘리포니아에서 온 사람이 집값을 보면 "이 가격에 집을 산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집값이 올랐다.
물론 아직 LA나 샌디에이고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샌안토니오 사람들의 소득도 LA나 샌디에이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집값만 다른 대도시를 열심히 따라가고 월급은 천천히 따라가니, 주민 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은 성장이다.
교통도 비슷하다.
도시는 계속 커지는데 웬만한 곳은 자동차 없으면 생활하기 어렵다. 그러니 사람 늘어나면 차도 늘어난다. 차가 늘어나니 1604를 뜯어고치고, I-35를 뜯어고치고, 여기저기 공사를 한다.
문제는 공사가 끝날 때쯤이면 또 사람이 늘어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더 넓은 도로를 만들기 위해 몇 년 동안 막히고, 완성되고 나면 다시 막히는 신기한 시스템이다.
교육 문제는 자녀 있는 집이라면 더 민감하다.
같은 샌안토니오인데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학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집은 집을 구할 때 집부터 보는 게 아니라 학군부터 본다.
좋은 학교 찾아 사람들이 몰리고, 그 동네 집값이 올라가고, 결국 경제력이 교육환경까지 갈라놓는다.
범죄 문제도 도시 전체를 한마디로 위험하다고 표현하는 건 과장이다. Stone Oak 같은 북쪽 지역에서 살다 보면 상당히 평온하다.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를 가리기도 한다.
내 동네가 조용하다고 도시 전체가 조용한 건 아니다. 지역에 따라 치안과 생활환경의 차이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결국 모든 문제가 한곳에서 만난다.
돈 있는 사람은 좋은 학군 찾아 북쪽으로 가고, 비교적 안전하고 새로 지은 동네에서 살고, 자동차 두 대 굴리면서 생활한다. 돈이 부족하면 주거 선택지가 줄고, 학교 선택도 줄고, 교통 문제까지 더 크게 느껴진다.
같은 샌안토니오에 살면서도 삶의 질이 전혀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샌안토니오가 무조건 살기 나쁜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아직은 가능성이 많은 도시라서 더 아쉽다.
날씨도 괜찮고, 경제도 성장하고, 군사도시라는 안정적인 기반도 있고, 의료시설도 상당하고, 문화적으로도 독특하다. 대도시가 갖춰야 할 것은 웬만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교통, 교육, 주택, 치안 같은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같이 좋아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결국 도시가 성장했다는 뉴스는 계속 나오는데 정작 오래 산 주민들은 이렇게 말하게 된다.
"그래서 내 생활은 뭐가 좋아졌는데?"
집은 비싸지고, 길은 막히고, 공사는 늘어나고, 좋은 학교 있는 동네는 더 비싸진다.
도시 인구가 늘었다고 반드시 도시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샌안토니오가 앞으로 정말 살기 좋은 대도시가 될지, 아니면 싸고 편해서 좋았던 장점을 하나씩 잃어버린 평범한 대도시가 될지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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