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rie 호수라고 하면 보통 미국과 캐나다 사이 어딘가쯤에 있는 큰 호수 정도로만 알고 지나가기 쉬운데, 알고 보면 꽤 매력적인 곳이에요. 이름도 참 입에 착 감기죠. 미시간, 휴런, 슈피리어처럼 그 유명한 오대호 중 하나이고, 다섯 개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쪽에 위치해 있어 기온도 비교적 온화한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겨울에도 너무 혹독하게 얼어붙는 이미지보다는, 그래도 사람 살 만하고 바람은 좀 불지만 산책도 되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물론 혹한기에는 바다처럼 결빙되는 곳도 있지만요. 아무튼 Erie 호수를 처음 마주하면 바다인지 호수인지 헷갈릴 정도로 끝이 안 보이는데, 파도도 꽤 쳐서 멀리서 보면 그냥 해안 같아요. 호숫가에서 서 있으면 콧잔등에 바람이 스치고 물 냄새가 은근히 나는데, 바다 특유의 비린 향보다는 좀 더 담백하고 깔끔한 냄새? 그게 또 기분 좋아요.
이 지역은 옛날부터 교역의 길목으로 중요했어요. 배가 드나드는 길이 되니까 주변 도시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했고, Erie라는 이름의 도시도 여기서 나왔죠. 펜실베이니아가 이 호수에 닿기 위해 Erie Triangle이라는 땅을 확보하려고 애썼던 것도 다 이 호수 덕분이에요. 물길 하나 얻으면 경제 판도가 바뀐다는 말이 딱 맞아요.
지금도 호수는 관광, 운송,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름에 가면 요트 타는 사람도 많고 낚시하는 이들도 끊이지 않아요. 특히 저녁 무렵이면 하늘에 핑크빛이 돌면서 물 위에 반사되는 모습이 참 예뻐요. 사진을 안 찍고는 못 버티겠더라고요. 아이들 데리고 가면 돌멩이 던지고 물수제비 뜨고 놀기도 좋고,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조용히 바람 쐬다 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유명 해변처럼 사람으로 꽉 찬 느낌은 적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그리고 Erie 호수의 재미 중 하나는 계절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에요. 여름엔 푸르고 즐거운 느낌이라면, 가을엔 단풍 든 나무가 물가를 따라 늘어서 색감이 한 폭의 그림 같아요. 겨울엔 하얀 눈이 내려 호수 주변이 조용해지고, 어떤 날은 얼음판이 생겨 마치 거대한 유리 바다처럼 보이기도 해요. 봄에는 얼음이 녹고 철새들이 돌아오는데, 새소리가 들리는 호숫길은 또 다른 감성입니다. 계절 따라 온도가 크게 차이나서 같은 장소라도 느낌이 바뀌는 게, 매번 가도 질리지 않는 이유 같아요.
이 호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미국의 오하이오·뉴욕·펜실베이니아·미시간과 경계를 이루고 있어요. 이렇게 여러 주가 맞닿은 덕분에 문화도 다양하고, 드라이브 여행하기에도 좋아요. 특히 호숫가 도로를 타고 달리면 차창 너머로 반짝이는 수면이 계속 펼쳐지는데 그냥 음악 틀어놓고 달리기만 해도 힐링이에요. 날씨 좋은 날이면 차 세우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물결 바라보다 들어가는 맛도 있어요.
만약 동부 쪽이나 오대호 근처 여행 계획이 있다면, 유명 관광지만 체크하지 말고 Erie 호수도 지도에 살짝 표시해 두세요.







펜실베이니아 아줌마 | 
DelphiaM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