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한테 내일까지 수정본 부탁한다고 했더니 "넵" 대신 엄지척 이모지 하나가 돌아왔어요. 순간 이게 알겠다는 건지, 그냥 봤다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한인 매니저들 모인 자리에서 이 얘기를 꺼내면 다들 빵 터지면서 자기 경험을 하나씩 꺼냅니다.
요즘 Z세대랑 같이 일하는 게 진짜 화두예요.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 숫자로도 보입니다.
글래스도어 경제연구팀 분석을 보면 2024년 2분기에 미국 풀타임 근로자 중 Z세대 비율이 18%로 베이비부머 15%를 처음 앞질렀어요. 이제 팀에 한두 명 있는 막내가 아니라 하나의 큰 세대가 된 거죠.
매니저들 반응도 꽤 솔직합니다. 레주메빌더가 2023년 4월 매니저와 경영진 1,344명에게 물었더니 74%가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같이 일하기 어렵다고 답했어요.
와, 넷 중 셋이라니. 저도 처음 이 숫자 봤을 때 좀 놀랐어요.
인텔리전트닷컴이 2023년 12월 미국 매니저와 임원 800명을 조사한 결과도 비슷한 분위기예요. 38%가 최근 대졸자 대신 나이 있는 지원자를 뽑는 쪽을 택한다고 답했습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대졸 지원자가 면접에 부모를 데려온 걸 겪었다고 했고요.
같은 조사에서 58%는 최근 대졸자가 일할 준비가 안 됐다고 봤어요. 매니저 입장에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숫자지만, 대학 시절 일부를 팬데믹 원격수업으로 보낸 세대라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한인 매니저가 당황하는 포인트는 좀 결이 다르더라고요. 우리는 한국식 직장 문화랑 미국식 문화를 둘 다 겪어본 세대라서, 그 사이에서 한 번 더 꼬이거든요.
첫 번째 당황 포인트는 퇴근 시간이에요. 다섯 시 정각에 노트북 덮고 인사하는 신입을 보면 머리로는 맞다고 생각하는데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서운합니다.
솔직히 그건 그 친구 잘못이 아니에요. 계약된 시간에 일하고 가는 건 당연한 거고, 우리가 눈치 야근에 너무 익숙했던 거죠.
두 번째는 피드백 방식이에요. 한국식으로 돌려서 "이거 한번 다시 볼까?" 하면 진짜 한번 보기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있어요.
반대로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고요. 제가 찾은 답은 구체적으로, 대신 짧고 자주 말하는 겁니다.
세 번째는 연봉 얘기예요. 입사 몇 달 만에 동료들이랑 연봉을 비교하고 매니저한테 근거를 물어보는 신입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금기 같던 주제라 처음엔 움찔합니다. 그런데 메릴랜드는 2024년 10월 1일부터 임금 범위 공개법이 시행돼서, 주 안에서 일하는 자리의 채용 공고에는 최저와 최고 임금 범위와 복리후생 개요를 넣어야 해요.
공고에 연봉 범위가 다 나와 있는데 물어보는 게 이상할 리가 없죠. 숨기는 쪽이 오히려 신뢰를 잃는 시대예요.
네 번째는 회식이에요. 저녁 같이 하자고 했더니 선약 있다고 깔끔하게 거절하는 친구,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신 점심이나 업무 시간 안의 팀 이벤트에는 잘 나와요. 시간을 어디까지 회사에 줄지 선을 분명히 긋는 거라고 보면 이해가 됩니다.
다섯 번째는 소통 채널이에요.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을 메시지로만 주고받으려 하고, 갑자기 전화하면 깜짝 놀라는 친구도 있습니다.
반대로 매니저가 메시지로 짧게 툭 던지면 혼나는 줄 알고 긴장하기도 해요. 같은 문장인데 받아들이는 온도가 이렇게 달라요.
그럼 Z세대는 그냥 일 안 하고 싶은 걸까요? 데이터를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딜로이트 2025 글로벌 Z세대 밀레니얼 설문은 44개국 23,482명을 조사했는데, Z세대 50%가 매니저에게 가르침과 멘토링을 원한다고 답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그렇다고 느끼는 비율은 36%에 그쳤습니다.
이 차이가 핵심 같아요.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매니저는 업무 지시만 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라면 이렇게 해보겠어요. 첫 주에 기대치를 문서로 정리해서 같이 봅니다.
이모지 답장이 애매하면 탓하지 말고 규칙을 정해요. 마감 있는 요청엔 날짜까지 적어서 답하자, 이런 식으로요.
피드백은 분기 평가 때 몰아서 하지 말고 주 단위로 짧게 줍니다. 잘한 건 바로 칭찬하고, 고칠 건 이유와 함께 하나씩만 말해요.
연봉이나 승진 질문에는 기준을 보여줍니다. 뭘 해내면 다음 단계로 가는지 알면 괜히 불안해서 이직 사이트 뒤지는 일이 줄어들어요.
퇴근 시간은 존중하되, 정말 급한 상황이 어떤 건지는 미리 합의해 둡니다. 그래야 가끔 부탁할 때도 서로 기분이 안 상하죠.
한인 매니저라면 하나 더 있어요. 한국식 눈치를 기대하지 말고 원하는 걸 말로 꺼내는 게 결국 제일 빠르더라고요.
물론 모든 Z세대가 똑같지는 않아요. 세대로 사람을 묶는 순간 그 친구 개인을 놓치게 되니까, 통계는 참고만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돌아보면 우리도 신입 때 윗세대한테 요즘 애들 소리 엄청 들었잖아요. 그때 누가 기준을 친절하게 알려줬다면 훨씬 빨리 컸을 거예요.
저는 결국 당황하는 쪽보다 먼저 설명하는 매니저가 이긴다고 봐요. 그 엄지척 이모지, 이제는 웃으면서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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